포항과 전남, 관심을 모았던 '제철가 형제'의 맞대결은 0대0 무승부였다.
경기 전 두 팀은 사이 좋게(?)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12라운드까지 포항은 9위, 전남은 11위로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포항은 최근 3경기(2무1패) 무승, 전남은 5경기(2무3패)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반전을 노리던 두 형제가 충돌했다. 12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일전을 앞둔 두 사령탑은 미소 속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신인 미드필더 한찬희를 선발로 기용했다. 올 시즌 첫 선발이다. 노 감독은 "한찬희가 훈련에서 장점이 많이 나타났다.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선발로 세웠다"며 "한찬희는 볼 소유능력과 침투능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볼을 점유하면서 뒷공간을 노리겠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최진철 포항 감독도 노림수를 꺼냈다. 미드필더 조수철을 선발로 세웠다. 1월 포항 이적 후 첫 출전이다. 최 감독은 "전남이 한찬희를 출전시키는데 우리도 조수철을 기용한다. 3월 부상 후 몸을 많이 끌어올렸다. 팀에 적응하는 모습이 좋았고 허리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가지 더. 포항은 A매치 휴식기 동안 '약속의 땅' 가평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포항은 2009년 가평 전지훈련을 가진 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위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리그와 FA컵을 석권했다. 최 감독은 "가평 훈련으로 선수들의 의지가 강해졌다. 그동안 빌드업이 불안해 상대 압박에 고전했는데 안정적인 경기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 시작된 '제철가 더비.' 강한 전방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치열한 허리 싸움이 계속됐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예리함이 떨어졌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칼날이 무뎠다.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에도 노림수의 효과는 미미했다. 노 감독이 기대했던 한찬희의 볼 키핑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찬희가 후반에 시도한 두 차례 중거리 슈팅이 위협적이었다. 포항 뒷공간을 노리는 움직임도 활발하지 않았다. 오르샤에게 의존하는 패턴이 지속됐다.
답답하기는 포항도 마찬가지. 전보다 안정적인 빌드업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사소한 패스미스가 잦았다. 전남에 역습기회를 수 차례 내줬다. 그렇게 90분이 지났다. 0대0. 2% 부족했던 두 사령탑의 노림수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양 팀은 결국 승점 1점씩 나눠가진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광양=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