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에서 상대 홈런을 지우더니, 이번에는 직접 홈런을 폭발했다.
NC 다이노스 김성욱이 주말 '인천 극장'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김성욱은 12일 인천 SK전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3개의 안타 중 1개가 홈런이었고, 그 홈런이 결승포였다.
6-7로 뒤지던 8회 무사 2,3루였다. 애초 그는 SK 우완 불펜 박정배의 공에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다. 1B2S가 될 때까지 체크 스윙하듯 방망이를 내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했다. 보통 이럴 경우 삼진 당하는 것이 익숙한 패턴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정배의 4구째 직구(148㎞)가 높은 곳으로 날아오자 찍어 누르듯 방망이를 돌려 좌월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비거리 120m짜리 시즌 3호 홈런. NC는 이후에도 2점을 더 높아 10연승을 완성했다.
김성욱은 전날에도 팀을 구하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선발 이재학이 백투백 홈런을 맞을 뻔한 위기에서 환상적인 슈퍼 캐치를 했다. 7-4로 앞선 5회 1사 후 김성현이 때린 공이었다. 당시 이재학은 2번 김강민에게 좌월 홈런을 맞은 뒤 후속 김성현에게도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그런데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갈 듯한 공을 김성욱이 낚아챘다. 담장 앞에서 번쩍 뛰어올라 홈런을 지웠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를 '슈퍼 세이브'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는 덕아웃 안 쪽에 앉아 있어서 보지 못했다. 수비 코치가 '잡았다'고 하더라"며 "투수는 물론 팀을 살린 호수비다"고 했다. 이어 "(이)재학이가 홈런을 허용한 이후 또 홈런이 나오는 거였다. 그렇다면 경기 분위기가 어떻게 될 줄 몰랐다"며 "슈퍼 세이브다. 김성욱은 당연히 오늘도 나간다"고 했다.
그렇게 김성욱은 방망이를 쥐고도, 글러브를 끼고도 엄청난 활약을 했다. 시즌 초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던 그가 이제는 더 자할 일만 남았다.
인천=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