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진 경기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 한화 이글스는 비록 LG 트윈스에 역전패를 당했지만, 송신영(39)이라는 베테랑 투수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다양한 베테랑 투수가 새로운 전력의 일원으로 돌아왔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패배의 상처를 씻을 수 있다.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송신영을 선발로 내보냈다. 올해 송신영의 첫 선발 등판이었다. 그리고 송신영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4⅓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2삼진으로 1실점했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비록 5이닝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그래도 초반에 대량실점으로 무너지지 않고 1점만 내준 채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것만으로도 팀에 큰 기여를 한 것이다. 한화가 불펜 난조 때문에 3대5로 졌지만, 송신영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송신영은 지난해말 2차 드래프트로 한화가 영입한 베테랑 투수다. 우리 나이로 올해 불혹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뛰어나다고 판단한 김성근 감독이 그의 영입을 결정했다. 김 감독이 당시 송신영에게 가장 기대했던 것은 활용도였다. 불펜은 물론, 선발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에 높은 평가를 했다. 김 감독이 구상하는 한화의 2016시즌 전망에는 이런 투수들이 많이 필요했다. 심수창도 그래서 FA로 영입한 것이었다. 송신영은 비록 나이는 많지만, 풍부한 경험과 노련함을 갖춘 투수였다. 충분히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송신영이 영입 당시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종아리 근육통 증세로 시즌 초반에는 1군에 합류하지 못했고, 구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이로 마흔. 40세의 베테랑 투수는 몸상태에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 자칫 무리하게 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송신영의 1군 합류 시기를 가능한 늦췄다. 충분히 몸상태가 회복되고 구위도 올라오는 시점을 봤다.
마침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이라 대체 선발 요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김 감독은 이 기회에 송신영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정민태 투수코치의 추천이 컸다. 그런데 사실 정 코치는 11일이 아닌 10일 경기에 송신영을 투입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러면 송은범이 5일을 쉬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3연전의 첫 머리가 중요하다"며 송은범을 10일, 송신영을 11일로 정했다. 송신영이 어느 정도 던질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송은범을 3연전 첫 경기에 투입해 승리하자는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비록 승리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11일의 송신영은 충분히 의미있는 투구를 했다. 이 경기를 통해 한화는 스윙맨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를 하나 더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화 불펜의 다양성은 더 강화됐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