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또다시 무안타로 침묵했다.
박병호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서 6번 1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친 뒤 대타로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팀은 4대15로 크게 졌는데, 박병호가 교체된 시점은 4-5로 뒤진 7회말 2사 1루 상황이었다. 박병호의 타격감이 좋은 상태라면 굳이 대타를 낼 필요가 없는데도, 폴 몰리터 감독은 좌타자 오스왈도 아르시아에게 기회를 맡겼다.
6번 1루수로 출전한 박병호는 첫 두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고, 5회 2사 1,2루에서는 2루수 플라이로 힘없이 아웃됐다. 시즌 타율은 2할1푼2리로 떨어졌다. 특히 현지 중계진에서는 박병호의 삼진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까지 53경기에 출전한 박병호는 삼진 66개를 기록했다.
전날(11일) 보스턴전에서 4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박병호는 이날도 2회와 4회에 연속 삼진을 당해 6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보스턴 선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는 87마일짜리 바깥쪽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헛돌렸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90마일짜리 몸쪽 직구를 그대로 지켜봤다.
이날 현재 박병호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삼진이 11번째로 많고, 규정타석을 채운 86명의 타자중 타율은 83위다. 팀내에서는 미구엘 사노(71삼진) 다음으로 많은 삼진을 당했다. 올시즌 한 경기서 2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한 경기가 17번인데 그 가운데 5월 이후 14경기가 집중돼 있고, 최근 3경기 연속 마크했다. 시즌 초 별다른 적응기 없이 팀내 입지를 구축했던 박병호가 시간이 흐를수록 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유가 뭘까. 우선 전반적인 팀분위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네소타는 이날 현재 18승43패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승률이 가장 낮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는 이미 1~4위 팀들에 10경기 이상 뒤져 있어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가 잦으니 선수들의 사기가 늘 처져 있을 수 밖에 없다. 경기 중반 이후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상대 필승조, 즉 정상급 불펜투수들과 매경기 상대해야 하는 까닭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또한 불펜진이 허약해 경기 후반 마운드 싸움에서도 늘 패하기 일쑤다. 박병호도 이같은 상황에서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단점을 파악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병호는 홈런 평균 비거리가 10개 이상을 친 선수 중에 3번째로 길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다. 특히 직구와 몸쪽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경기서도 2회 첫 타석에서 1~4구 직구를 공략하지 못하다가 5구째 체인지업에 당했고, 4회에는 로드리게스가 초구를 제외한 4개의 공을 연속 스트라이크존으로 직구를 던졌음에도 박병호는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했다. 5회 득점권 찬스에서는 1,2구 95마일 직구가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데도 루킹과 파울로 보낸 뒤 3구째 91마일 슬라이더에 내야 플라이를 쳤다. 올시즌 박병호가 친 홈런 11개 가운데 직구를 공략한 것은 3개 뿐이며, 이 가운데 최고 구속은 91마일에 불과하다.
삼진이 많아지는 이유는 타격 밸런스와 관계가 있다. 박병호의 경우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빠른 공을 때릴 수 있는 스윙이 나오지 못하고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지금 코리안 메이저리거들 중에는 박병호가 고전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