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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크래프트', 두개의 문화 잇는 교두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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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운명이 있다. 파괴되는 세계를 구할 방법이 없어 탈출 감행하는 오크와 외부에서 몰려온 침입자들을 막아내기 위한 인간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서로의 이념이 맞닿으면서 충돌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영원한 싸움이 이어진다.

출시 된지 10여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 1위 MMORPG로 군림하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시작은 오크와 인간의 충돌이라는 미약한 세계관 하나로 출발했다. 이 두 종족의 이야기는 종족을 넘어 진영을 넘나들게 되며 갈등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골이 깊어지고 세계는 더욱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영화 '워크래프트'는 세계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크와 인간과의 첫 만남을 다루고 있다. RTS로 출시돼 화제가 된 '워크래프트' 1편의 핵심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지금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있게 만든 첫 핵심 사건을 두 시간으로 압축해 관람객을 찾아간다.



과거 게임은 마니아 문화로 치부되며 대중문화 보다는 철없는 아이들이 즐기는 소수 문화로 여겨져 왔었다. 하지만 당시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이 성장하고 사회의 핵심 일원으로 올라서면서 게임 역시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게 됐으며 이제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았다.

게임이 하나의 문화 반열에 올라가는데 있어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유행어는 물론 게임을 접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텁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유저들이 즐겼으며 게임 전체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타이틀이 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게임 분야에서 큰 역할 해냈던 워크래프트 IP는 이제 게임을 넘어 영화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게임들이 영화화를 추진하면서 대중문화와의 접점을 늘려가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으나 워크래프트의 영화화는 다른 경우와 비교해 의미가 남다르다. 20여 년 동안 게임 문화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한 타이틀의 영화 시장 진입은 이제 게임이 마니아 문화를 넘어 일반 대중문화까지 진출하기 위한 도전장이자 러브콜이나 다름없다.

영화 '워크래프트'의 결과가 어떻든 이번의 시도는 게임 문화를 더욱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게임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 '워크래프트'의 부제가 두 개의 운명, 하나의 세계인 것처럼 영화를 통해 게임 문화가 자연스럽게 대중문화와 함께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하지만 슬프게도 영화의 후기는 호평과 호평으로 명확하게 갈린다. 7일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영화 '워크래프트'는 게임을 한 번이라도 접했거나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관람객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으나 일반 대중의 시선은 싸늘한 반응으로 영화를 평가했다.

대중의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아직 두 개의 이념보다는 하나의 권선징악이 익숙한 모양새다. 인간보다 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오크나 타락으로 물든 인간의 모습은 기존 영화의 클리셰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거부감이 들기 적합하다.

영화 '워크래프트'의 종합적인 결론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영화는 게임과 대중을 잇는 교두보가 되는 동시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핵심 스토리와 인물들의 이야기는 영화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정말 사실적으로 살아 숨 쉬는 오크와 이미지로만 기억됐던 과거의 영웅들, 화려하게 구현된 아이언포지, 스톰윈드, 카라잔, 달라란 등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과거 한 번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빠져 호드의 일원이나 얼라이언스의 이념을 위해 싸웠던 아제로스 용사라면 꼭 큰 스크린에서 감상하기를 권장한다.

김지만 게임 전문기자 ginshenry@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