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조정에 대해 재계는 "환영"을, 중소기업계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한 관련 시민단체들도 이번 조정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산업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협의와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개선안을 보면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상호출자·채무보증이 제한되는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 기준이 8년 만에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아진다.
공기업은 대기업집단에서 일괄 제외되며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인 지주회사 자산요건은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기준을 완화하지 않고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재계는 이로써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 대기업집단 지정 규제 자체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며 이번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경제본부장도 "현행 자산 기준 규제는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하지만 이번에 지정기준을 상향하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며 "경제계는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간 상생경영과 공정경쟁 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며, 특히, 규제완화의 혜택을 보는 대기업집단은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계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일괄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준은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기준 상향으로 65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 618개 계열사가 상호출자, 순환출자 등의 규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경제력 집중 심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 하림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택시, 대리운전, 계란유통업 등 골목상권 위주로 진출함에 따라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스타트업 생태계 파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아닌 투자확대, 신사업진출, 해외진출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외적 규제 완화는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산업·업종·자산규모별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들도 각자의 성향에 따른 엇갈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진보성향 단체는 이번 규제 완화가 성급했다고 평가한 반면, 보수성향 단체는 오히려 미진하다고 지적하는 등 의견이 갈렸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