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2경기 만에 홈런을 쳤다. 의미가 남다른 대포다. 잠시 주춤했던 장타가 팀 간판 미겔 사노가 빠진 사이 쏟아지고 있다.
박병호는 9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올렸고 팀도 7대5로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2연승이다.
마이애미 선발은 대만 출신 천웨인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유독 잘 때려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왼손 투수다. 그의 실투를 놓치지 않은 건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까마득하게 담장을 넘기며 홈 팬들을 열광케 했다.
2회 무사 1루 첫 타석에서는 땅볼이었다. 체크 스윙하듯 방망이를 내며 투수 앞 땅볼을 쳤다. 선행 주자가 아웃되며 1루로 나간 박병호. 오스왈도 아르시아의 2루타 때 3루까지 진루했고, 커트 스즈키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3회말 두 번째 타석은 3루수 땅볼이었다. 이번에도 방망이 중심에 맞히지 못했다. 그러나 4-5로 경기가 뒤집힌 6회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렸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체웨인의 시속 138㎞ 슬라이더를 퍼 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구단이 발표한 비거리는 128m.
박병호의 홈런은 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이후 2경기 만이다. 지독한 아홉수에서 벗어나자 예상대로 빠르게 홈런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9호 홈런을 터트린 뒤 무려 18일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한 바 있다.
감을 잡은 박병호는 다음 타석에서도 안타를 때렸다. 7회 2사 1루에서 두 번째 투수 닉 위트그렌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구종은 슬라이더. 확실히 강속구 대처는 미흡한 반면 슬라이더는 어렵지 않게 치고 있다.
이날 박병호의 홈런이 남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경기 중반 급격히 무너질 뻔한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미네소타는 3회까지 4점을 뽑아내며 낙승을 거두는 듯 했지만, 5회 선발 리키 놀라스코가 흔들리며 4실점했다. 또 6회에도 1점을 내줘 경기가 뒤집혔다. 이 때 박병호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날까지 10개의 홈런 중 9개가 솔로포인 탓에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번 솔로포는 가치가 다른 한 방이었다.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고 있는 사노가 없는 사이, 박병호가 장타를 때리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노는 현재 햄스트링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갔다.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 힘들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7승42패)와 더불어 '유이'하게 20승 고지에 오르지 못한 미네소타(18승40패)가 비상이 걸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전히 불안한 마운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 평균 득점이 더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가 6일 오클랜드전 이후 다시 한 번 홈런 1개를 추가했다. 슬럼프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인상을 준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이 그나마 웃는 이유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