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KBO리그를 용광로로 밀어넣고 있다. 불과 2주전만 해도 탈꼴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야구 모르고, 사람 모른다.
한화는 8일 KIA를 상대로 거짓말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6연승을 내달았다. 마지막 6연승은 기억마저 가물 가물이다. 2008년 5월 10일 이후 2951일만이다. 덤으로 22승1무32패(승률 0.407)로 드디어 4할 승률 고지를 밟았다. 역대 최악 승률 꼴찌 언급이 불과 한달 전이다.
요즘 한화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매일 매일의 공격 히어로가 새롭게 탄생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테이블 세터가 밥상을 차리고 중심타선이 타점을 쓸어담기에 김태균과 로사리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돋보이지만 밤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8일 주인공은 정근우였다. 주장 정근우의 응원가는 영화 스타워즈 테마를 멜로디로 한 '이글스의 정근우, 이글스의 정근우~~, 이글스의 정근우' 이날 이글스 캡틴은 한화팬들의 뇌리에 각인될만한 '사고'를 제대로 쳤다.
0-0으로 팽팽하다 6회초 KIA 이범호에게 선제 3점홈런을 내준 한화였다. 6회말 찬스와 7회말 무사 1,2루 찬스도 그냥 날렸다. 그 뜨겁던 김태균과 로사리오의 방망이가 갑자기 식었다. 패배의 기운이 드리워질 찰나 8회말 기적이 일어났다. 1사 1루서 연속 3안타, 이어진 1사 1,2루에서 정근우의 역전 스리런이 터졌다. 9회초는 마무리 정우람이 깔끔하게 세이브.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 대전구장은 함성으로 녹았다.
정근우는 6월 들어 페이스가 다소 다운됐다. 팀은 연승중이었지만 27타수 5안타(0.185)로 자주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활약으로 예전 부진은 없던 일이 됐다.
이번 6연승 기간 동안 로사리오가 3차례 결승타를 쳤고, 김태균이 한번, 송광민과 정근우가 각각 한번을 기록했다. 지난주 삼성과의 3연전은 김태균과 로사리오의 듀엣 투맨쇼였다.
5월말 5연승 당시에는 김태균이 두번, 양성우가 한번의 결승타를 때렸다. 결승타가 전부는 아니다. 2번 이용규는 매번 수치로 드러난 성적 이상의 팀 기여도를 보여준다. 8일 경기에서 보듯 하위타선도 보란듯이 힘을 보탠다. 이날 김태균과 로사리오가 각각 3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로사리오의 연속경기 타점행진이 '8'에서 멈췄지만 팀승리에는 이상이 없었다.
이기려면 그날의 스타가 필요하다. 연승을 하려면 여려명의 스타가 필요하다. 강팀이 되려면 많은 스타가 필요하다.
매일 같은 선수가 히어로가 되긴 힘들다. 상대 투수의 견제도 심하고, 여차하면 볼넷으로 승부를 피할 수 있다. 다음 선수, 그 다음 선수가 찬스를 이어가고, 득점과 타점을 올린다면 상대 벤치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한화 타선은 이제 김성근 감독이 언급한대로 '줄이 생겼다'. 말그대로 찬스를 만들고, 이어가고, 타점을 올리는 타'선'이 만들어졌다.
6연승 뒤 정근우가 남긴 말은 의미심장했다. "투수들에게 '우리 타자들이 어떻게든 해볼테니 최소실점으로만 막아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투수들은 타자를 믿고, 타자는 그 믿음에 부응하고. 팀이 살아나는 공식이다.
요즘 한화 덕아웃 풍경은 4, 5월과는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은 서로 서로 "오늘 질것 같지 않다"는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하고 있다. 이겨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있기에 또 이기는 한화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