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11년만의 7연승에 실패했고, KIA는 탈꼴찌 위기에서 벗어났다. 9일 대전에서 맞붙은 두 팀은 승리에 대한 절박함 속에서 맞붙었다. 지는 쪽이 꼴찌가 되는 의미심장한 경기였다. 결국 KIA의 12대1 승리. KIA는 5연패 끝, 한화는 6연승 끝.
KIA를 살린 이는 선발 임준혁과 필이었다. 임준혁은 올시즌 KIA투수 중 가장 불운했던 선수, 필은 KIA타자 중 최근 가장 부진했던 타자였다. 임준혁은 이날 5이닝 동안 2안타(1홈런)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달 보름여의 재활등판만에 마운드에 올라 시즌 첫승(1패)을 신고했다. 임준혁은 올시즌 지난 4월 12일 SK전에서 뒤늦게 시즌 첫등판을 했으나 2⅔이닝 5안타(2홈런) 6실점으로 부진했다. 열흘 뒤 4월 22일 두번째 등판인 롯데전에서 최준석의 타구에 종아리를 맞았다. 근육파열로 이날 이전까지 치료와 재활, 등판 준비를 했다. 두 차례 2군 무대에서 컨디션을 조율한 뒤 이날이 1군 복귀전이었다.
팀이 5연패, 탈꼴찌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임준혁은 지난해 12년만에 '늦깎이 스타(9승6패)'로 거듭났던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고시속은 140㎞에 불과했지만 코너워크와 다양한 변화구로 피칭에 리듬을 더했다. 한화 타자들은 임준혁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타석에선 필이 살아났다. 5번 1루수로 선발출전한 필은 1회 빗맞은 행운의 중전안타로 선취점을 냈다. 팀이 2-0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5회초 1사만루에서는 시원한 좌익선상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필은 전날까지 16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필의 타순을 내리는 등 백방으로 응원했지만 깊은 침묵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다. 필은 이날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필은 "우선 연패를 끊는데 도움이 돼 기쁘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안타를 많이쳐 기쁘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 최근들어 마음이 조급했다. 슬럼프가 길어졌다. 오늘 반전 계기를 마련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줘 연패를 끊었다. 임준혁이 선발로 제몫을 다해줬다. 이범호가 주장으로 힘든 상황인데 경기를 잘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한화로선 아쉬운 경기였다. 1회 필의 안타로 1점을 헌납했지만 선발 이태양이 힘겹게 2회와 3회, 4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버텼다. 0-1로 뒤진 5회초 1사 2,3루 위기에서 3번 김주찬의 타구는 3루수 정면. 하지만 홈과 3루 사이 런다운에 걸린 주자를 송구미숙으로 3루에서 살려줬다. 2사 1,2루가 됐어야할 상황이 1사만루가 됐다. 이후 4번 이범호의 타구도 유격수 정면으로 갔다. 더블 플레이를 노리려는 순간 다소 강했던 타구는 불규칙하게 튀어 올랐다. 추가점을 내주며 또다시 1사만루. 이후 필의 2타점 적시타로 이어졌다.
한화는 5회말 선두 5번 로사리오가 KIA 선발 임준혁을 상대로 큼지막한 중월 1점홈런(125m)을 터뜨리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이후 KIA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에 이렇다할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KIA는 '한화 킬러' 이범호가 전날 스리런에 이어 이날도 7회초 6-1로 달아나는 우중월 2점 쐐기포를 터뜨렸다.
KIA 이범호는 "오늘 감독님이 선수들 전체 모인 자리에서 어느팀에나 위기는 찾아오는 법이다.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이 위기를 같이 벗어나 보자고 말씀해 주셨다. 홈런 친 상황은 사실 홈런은 기대하지 않았고, 우중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생각했는데 타구에 힘이 실렸는지 홈런이 된 것 같다. 삼성전에도 차우찬 등 에이스들이 나오는데 이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IA는 8회 1점, 9회 5점을 더해 한화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