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도 처음 아닌가?"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헛웃음 소리가 들린다. 9일 잠실구장의 3루측 원정 덕아웃. 이날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은 허탈한 듯 말했다. "외국인 선수 3명이 다 (1군 엔트리에) 없기는 또 처음이네. 그런데 외국인 선수가 언제부터 3명으로 늘어났지?" 취재진 사이에서 "2014년부터"라는 대답이 나왔다. 잠시 고개를 끄덕인 류 감독은 "올해처럼 외국인 선수로 고생하긴 처음이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입가엔 엷은 미소가 남아있었지만, 속은 용광로처럼 끓고있었을 것이다.
그럴만도 하다. 삼성은 현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군 엔트리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투수 2명에 야수 1명으로 총 3명(kt는 총 4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현재는 모두 부상 때문에 재활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도 부상으로 로저스와 마에스트리가 재활 중이지만, 그나마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1군에 남아 팀에 큰 힘을 보태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기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경기에 나와주는 것으로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아예 빠져버리면 팀에 걸리는 부하가 만만치 않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빠지면 상대적으로 새 기회를 얻는 선수들이 있기도 하다. 류 감독은 "내야수 김정혁이나 투수 정인욱 김대우 등이 현재 외국인 선수들이 빠진 자리에서 기회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회를 얻은 선수들이 엄청난 활약을 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 선수의 공백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삼성은 현재 승률이 5할에 못미치면서 힘겹게 리그 중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류 감독은 "버티는 것도 만만치 않다"며 하루 빨리 외국인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재활 중인 삼성의 외국인 선수들, 웹스터와 레온, 그리고 타자 발디리스는 언제쯤 돌아오게 될까. 1군에서 빠진 순서는 발디리스(5월5일)→레온(5월28일)→웹스터(6월6일) 순이다. 발디리스는 아킬레스건, 레온은 어깨 근육통, 웹스터는 오른쪽 종아리 통증 때문이다.
아무래도 복귀도 빠진 순서와 비슷하게 이뤄질 듯 하다. 류 감독은 "지금으로서는 웹스터의 복귀가 가장 늦어질 것 같다. 재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그나마 레온은 이제 막 공을 잡기 시작했다니까 불펜 피칭에 이어 다음 주 쯤 2군 경기에 투입해보면 복귀 시기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발디리스 또한 레온과 비슷하게 복귀 시기가 결정될 듯 하다. 원래는 가장 먼저 엔트리에서 빠졌던 발디리스의 복귀 예정이 가장 빨랐다. 발디리스는 지난 5월31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와 홈런도 쳐 6월초 복귀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발목 앞쪽에 약간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시기가 약간 늦춰졌다. 결국 레온과 발디리스는 빠르면 6월 중순쯤 1군에 돌아오게 될 듯 하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