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복잡하게 얽혔던 실타래가 한순간에 술술 풀리는 듯 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팀전력을 보였던 한화 이글스는 이제 리그 돌풍의 주역이 됐다.
최근 12경기에서 무려 11승1패. 기간 승률이 9할1푼7리에 달한다. 말 그대로 '미친 기세'다. 이 덕분에 지난 5월25일 기준 -20승까지 떨어져있던 5할 승률 마진이 이제는 -10승으로 줄었다. 시즌 승률도 처음으로 4할대(0.407)로 접어들었다.
이 무서운 질주의 원동력은 특정 선수 한 두명의 힘이 아니다. 투타에서 전반적으로 그간 안좋았던 모습들이 전부 개선됐다. 걸핏하면 5회 미만, 심지어 2~3회에 교체되기 일쑤였던 선발진은 이제 어지간하면 5이닝 이상씩 던져준다. 그 덕분에 부하가 걸리던 불펜도 여유를 갖게 되면서 원래 지녔던 좋은 구위를 되찼았다. 롱릴리프 심수창의 부활도 큰 호재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부터 긴 부진의 늪에 허덕이던 김태균이 완전히 살아났다. 또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애초 기대했던 거포 타점머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송광민과 군 제대 후 '라이징스타'가 된 양성우의 화력도 큰 버팀목이다. '캡틴' 정근우와 재능넘치는 이용규도 꾸준히 활약한다. 하위타선에서는 하주석 차일목 조인성 등이 심심치 않게 중장거리포를 가동하고, 대타 요원 이종환 신성현도 제 몫을 한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이러한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감탄하며 "믿음이 간다"고 말한다. 벤치의 조급했던 모습도 당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렇게 기량이 향상된 '새로운 한화'에도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지금보다 더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게 욕심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아직 90경기 가까이 시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화가 맞춰야할 마지막 조각은 바로 '기동성', 구체적으로는 도루 능력이다.
현재 한화의 팀 도루수는 32개로 10개 구단 중 8위다. 한화 밑으로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가 나란히 31개를 기록하며 공동 최하위다. 겨우 1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실상 세 팀 모두 '느림보군단'의 일행이다. 그런데 한화는 시도 자체가 다른 팀에 비해 턱없이 적다. 32개를 성공했고, 14개를 실패했다. 결국 전체 도루 시도 횟수는 46회라는 뜻이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적다. NC는 31번 성공에 17번 실패로 총 시도횟수가 48회고, SK는 56회(성공 31, 실패 25)다.
그나마최근의 급상승기 이런 '느림보'의 모습이 조금 개선된 게 고무적이다. 한화는 지난 5월26일부터 시작된 11승1패의 기간에 총 10번의 도루를 성공했고, 5번의 실패를 기록했다. 성공 도루 횟수는 전체 5위였다. 성공과 실패 횟수를 합친 총 도루 시도는 15번으로 전체 4위다. 확실히 최근 상승세를 타는 과정에서 기동력도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도루로 대표되는 '기동성'은 현대 야구의 핵심요소다. 물론 도루가 팀 기동력의 전부는 아니다. 짧은 외야 안타 때 1루에서 3루, 혹은 2루에서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주루 플레이 능력도 팀 기동력의 핵심적인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도루를 기동력의 지표로 봐도 큰 무리는 없다. 그간 한화는 이런 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런 모습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나야 현재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진짜 힘이 생긴다. 이제 막 비상하기 시작한 독수리 군단은 이제 속도를 좀 더 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