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은 똑같아도, 위력이 다르기 때문에 맞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난관이 예상됐다. 공격의 핵심인 박석민과 야마히코 나바로가 타 팀, 타 리그 이적으로 빠졌다. 주축 투수인 윤성환과 안지만의 도박 스캔들로 인해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선수들의 부상 악령까지 닥쳤다. 그래도 그나마 삼성이 현재 중위권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스캔들 충격을 딛고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해준 윤성환과 안지만의 힘 때문이다.
윤성환은 7승1패로 팀 선발진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안지만은 우리가 알던 그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윤성환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에는 원래 내정됐었던 마무리 자리를 심창민에게 넘겨주고 필승조 역할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안지만은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안지만은 지난달 5일 팔꿈치,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었다. 그 전까지 8경기 1승1패4세이브로 마무리 역할을 어느정도 잘 수행중이었다. 그런데 부상 복귀 후 행보가 심상치 않다. 7일 잠실 LG 트윈스전 전까지 6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은 경기는 2경기 뿐. '안지만 등판=무실점 이닝'이라는 공식을 이제는 세울 수 없다. 7일 LG전 역시 8회 등판해 상대 오지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주자들이 앞선 투수들의 책임이라 안지만의 실점이 돼지는 않았지만, 8-3으로 넉넉한 리드를 잡고 있던 시점 최근 타격감이 썩 좋지 않은 오지환에게 안타를 허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안지만의 위력이 반감됐음을 의미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이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사실 일반인 팬들이 보기에 안지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지금도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를 뿌린다. 하지만 전문가가 보기에는 이전까지의 안지만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구속은 같아도, 공이 살아 들어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지금 안지만의 공이 그렇다. 강하게 찍어 누르는 공이어야 하는데 공을 놓아 던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되면 타자가 느끼는 무게감이 다르게 된다. 제대로 된 공은 타자 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 들 수 있게 마지막 공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성기 안지만의 트레이드마크는 힘있는 돌직구였는데, 지금 그의 직구에는 그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타자가 보고 똑같이 때릴 때 범타가 될 타구들이 힘이 없으면 안타가 되는 것이다.
안지만은 지난 한국시리즈부터 이어진 스캔들로 인해 제대로 운동을 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 프로선수 입장에서는 한 시즌 농사를 위한 텃밭을 제대로 가꾸지 못했으니 치명타나 다름없다. 토양이 나빠 자라는 곡식에 영양이 잘 전달되지 않는 꼴이다.
그렇다고 시즌 중 어찌할 방법이 없다. 베테랑 안지만이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실전을 치르며 경기 체력과 감각을 더 쌓아 올려야 시즌 중후반에라도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