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태극마크. "마치 처음 겪는 일인 듯" 설렌다. 기대감에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너무나 오래 기다렸던 소식"이다.
이 용(상주)은 주세종(서울) 이재성(전북)과 함께 30일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에서 스페인 체코와 평가전을 갖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그를 호출했다. 해외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전날 선발대로 떠났지만 이 용은 소속팀 경기를 치르느라 출발이 하루 늦었다.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 용의 표정은 결연했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용은 대표팀 붙박이 수비수'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 부임 직후인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와의 친선전 이후 태극마크와 멀어졌다. K리그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탓이다. 군입대 이후엔 한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용과 태극마크의 인연을 설명하는 서술어가 '과거형'이 된 이유다. 다시 '현재형'이 되기까지 20개월이 걸렸다.
김창수(전북)의 부상으로 이 용에게 승선 기회가 돌아왔지만, 오른쪽 풀백은 본래 이 용의 자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무주공산이다. 이 용은 "당연히 욕심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처음 가는 대표팀이 아니긴 하지만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드리는 게 의무"라며 "감독님이 바라는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팀에 융화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다. 또 "최대한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그 이후의 일은 감독님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며 한껏 겸손해했다.
이 용은 대표팀 20명의 선수 중에 단 4명밖에 없는 국내파다. 수비수 중엔 유일한 K리거다. 올해 서른 살로, 곽태휘(35·알 힐랄) 정성룡(31·가와사키)과 함께 팀내 최고참이기도 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이 용은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중심을 잡고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형으로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게 내 역할일 것 같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팀으로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용의 대표팀 재승선은 최근 K리그에서의 활약이 뒷받침 됐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주의 중심에 주장인 그가 있다. 활발한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주의 공격축구를 이끌고 있다. 상무 입대 이후 기량이 더 발전했다. 오는 9월 전역과 원 소속팀 울산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 용은 "입대 이후 프로 1년차 때 생각이 많이 났다"며 "울산에서의 생활이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깨닫고 초심으로 부지런히 운동을 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또 "부대시설이 워낙 좋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서 기량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이번 대표팀 발탁이 팀 동료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 용은 29일 경기를 치른 데 이어 곧장 장거리 비행을 소화해야 한다. 한국시간 1일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스페인전에 출전하기엔 체력적으로 무리다. 5일 열리는 체코전 출전이 유력하다. 이용은 "공백기 동안 많이 발전하고 성숙해졌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다린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다 펼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