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이탈리아 밀라노)=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8만8000여 팬들이 함성이 가득했다. 피치 위 몸짓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펼친 120분간의 혈투. 그 현장 속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욱일기 밀라노에 등장
경기 시작 전 한국 취재진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아틀레티코의 응원석 상단에 걸린 걸개가 문제였다. 중앙의 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붉은색과 흰색의 무늬가 퍼져나갔다. 형태만으로 봤을 때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의 형상이었다. 공교롭게도 아틀레티코의 색이 바로 붉은색과 흰색이었다. 팬들은 자신들의 팀 색을 가지고 응원의 깃발을 만든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후반 34분 아틀레티코 카라스코의 골이 터졌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이번에는 욱일기 그 자체였다. 물론 그 팬은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고자 그런 깃발을 들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걸개와 깃발을 본 아시안인들(일본을 제외한)은 나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당신의 능력을 믿어요 vs 끝날 때까지 우리는 레알
경기 전 양 팀 팬들은 각각 대형 걸개를 내걸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tus valores nos hacen creer'라는 문구를 새겼다. '당신의 능력을 우리는 믿는다'라는 의미다. 이에 대항해 레알 팬들은 'hasta el final ivamos real'을 들고 나섰다. '끝날때까지 우리는 레알이다'라는 뜻이다. 서로의 바람을 담은 걸개 문구에 양 팀 선수들은 더욱 힘을 냈다.
▶셀러브리티 총출동
이날 경기장에는 유명인사(셀러브리티)들이 대거 등장했다. 우선 축구의 전설들이 많이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파비오 카펠로 감독 등이 경기장을 찾았다 양 팀의 전설들도 왔다. 올리버 칸의 모습도 보였다. 한국의 박지성도 이날 한국 중계진의 일원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헐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보였다. 영화배우 리차드 기어가 레알 마드리드의 초청을 받았다. 기어는 경기 전날 레알 마드리드의 훈련장에도 모습을 드러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제이미 라니스터 역을 맡은 니콜라이 코스터-왈도도 경기장을 찾아 관심을 받아다.
▶시메오네의 열정
역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열정이 넘쳤다. 후반 13분이었다. 갑자기 시메오네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관중석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는 더욱 소리를 높여달라고 손짓했다. 아틀레티코로서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그리즈만이 놓쳤다. 이어진 아틀레티코의 공격도 아쉽게 빗나갔다. 시메오네 감독은 타이밍을 잘 잡아 팬들의 응원을 유도했다. 맞아떨어졌고 아틀레티코는 동점골을 넣었다.
▶레알 마드리드 센터백은 오스카상 감
전세계 취재진들은 딱 두번의 장면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레알 마드리드 센터백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전반 중반이었다. 그리즈만이 찬 볼이 라모스의 얼굴에 맞았다. 라모스는 갑자기 배를 잡고 쓰러져 데굴데굴 굴렀다. 느린 화면 상에 라모스는 배를 맞은 것이 아니었다. 취재석에서 느린 화면을 차지한 취재진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두번재는 후반 상황이었다. 페페가 펠리페 루이스에게 밀려 넘어졌다. 루이스는 페페에게 다가가 볼을 쓰다듬었다. 페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역시 느린 화면을 본 취재진들은 박장대소했다. 두 센터백의 연기력은 경기장에 온 리처드 기어도 울고갈 정도였다. 오스카상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