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냐, 강행이냐'
박태환(27)이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측에 리우올림픽 포기를 전제로 한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태환의 선택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태환과 대한체육회는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내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면담을 갖기로 했으나, 돌연 오후 2시로 한 차례 미뤄졌고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박태환 측이 면담 연기를 요청해 왔다"며 "추후에 박태환 측에서 일정을 다시 통보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측이 먼저 요청해 마련된 자리였음에도 당일 일정을 연기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 자리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면담 결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합당한 설명 없이 박태환은 나타나지 않았고 일정은 돌연 취소됐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
이유가 있었다. 면담 전까지 양 측은 물밑접촉을 했다. 거기서 '중재안'이 나왔다. 박태환이 면담 장소에 나타날 수 없었던 이유다.
체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면담 직전 박태환 측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리우올림픽 이후에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 리우올림픽 출전은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대한체육회가 리우올림픽 이후 국가대표 선발규정의 개정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도핑 선수에 대해 징계 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 선발자격을 박탈하는 이 규정은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박태환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로 중재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26일 "박태환 문제를 CAS가 아닌 국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중재안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박태환 측은 대한체육회의 마지막 의견을 듣고자 CAS 항소를 보류해 놓은 상태다. 스포츠분쟁 전문가들은 선례에 비춰 박태환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 논란이 국제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CAS에서 패소했을 경우의 정치적 부담도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태환이 대한체육회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경우 CAS 항소를 취하하고 리우행을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리우행을 포기할 수 없다면 항소를 계속 이어가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포기냐 강행이냐'의 기로에 선 셈.
박태환 측은 26일 대한체육회의 중재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빠른 시일 안에 대한체육회와의 면담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면담 이후에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