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이 모자랐다. 연장 30분 혈투에도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대세가 갈렸다. 한데 승부차기도 그냥 승부차기가 아니었다. 무려 8번째 키커까지 가서야 승리의 여신이 마음을 열었다.
우라와 레즈(일본)가 아니었다. FC서울이 극적인, 극적인, 극적인 반전 끝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진출했다. 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ACL 16강 2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홈경기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3대2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차전 우라와 원정에서 0대1로 패한 서울은 2차전 90분 승부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전반 29분 아드리아노가 작품을 빚었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상대 수비수의 패스를 가로채 골문을 향해 전진했다. 욕심을 버렸다. 슈팅 대신 데얀에게 완벽한 기회를 열어줬고, 데얀이 선제포로 화답했다.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더 이상 골문이 열리지 않았다. 후반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승부는 원점이었고, 원정 다득점 원칙도 사라졌다. 연장 30분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서울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연장 전반 3분 박주영의 크로스를 받은 아드리아노가 두 번째 골을 선물했다. 아드리아노의 ACL 11호 축포였다. 이대로 끝나면 환상적인 그림이었다.
하지만 우라와의 뒷심은 무서웠다. 우라와의 킬러 이충성이 서울을 저격했다. 연장 후반 7분과 10분 헤딩으로 순식간에 두 골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은 5분이었다. 최 감독은 마지막으로 1m96의 고공 폭격기 심우연을 수혈했다. 하지만 고공 플레이는 번번이 가로막혔고 시간은 최후를 달렸다. 사실상 서울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극장골이 터졌다. 연장 후반 인저리타임에 고요한이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연장전 2대2, 다시 승부는 원점에서 재출발했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차기도 단내나는 혈투였다. 우라와가 '동전 던지기'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선축에 진영도 우라와 서포터스 쪽이었다.
드라마의 제2막이 시작됐다. 우라와의 첫 번째 키커 아베의 슈팅이 서울 수문장 유상훈의 팔에 걸렸지만 볼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의 아드리아노도 성공했다. 두 번째 키커까지 흐름은 같았다. 하지만 서울이 먼저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키커 오스마르의 슈팅이 골망이 아닌 허공을 갈랐다.
우라와는 4번째 키커까지 성공하며 스코어는 4-2로 벌어졌다. 서울은 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김원식이 성공하며 4-3으로 따라붙었고, 유상훈이 우라와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골키퍼 슈사쿠의 킥을 선방했다. 그리고 고요한이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며 다시 승부는 4-4 원점이었다.
승부차기의 경우 선축이 유리하다. 우라와의 6~7번째 키커가 성공했고, 서울도 박용우와 고광민이 잇따라 골네트를 갈랐다. 결국 희비는 8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유상훈이 고마이의 슈팅을 육탄방어하는 데 성공했고, 김동우가 피날레를 장식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7-6, 서울의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은 전북 현대에 이어 ACL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지난해 16강 탈락의 아픔을 깨끗이 씻었다. ACL 8강전은 8월말 재개된다. 서울의 밤은 감격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