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만이 살 길이다.'
수원 삼성은 최근 몇 년 새 최악의 초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첫 번째 스테이지 11라운드가 끝난 현재 2승6무3패, 9위. 지난 2010년 같은 기간 2승1무8패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리그 2위에 올랐던 전통의 명가란 명성과는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구단 운영이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예전처럼 투자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떠나 보낸 선수에 비해 전력 보강이 미미했고, 외국인 선수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신세 한탄만 할 수도 없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도 놓친 마당이라 이제는 K리그 클래식, FA컵에 전념해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구단도 스웨덴 국가대표 쿠요비치 등 외국인 전력 보강에 적극 나서고 있으니 하반기 반전 드라마를 기대해도 늦지 않다.
구단만 발벗고 나서는 게 아니다. 선수단도 움직인다. 코칭스태프는 열공(열심히 공부하기) 삼매경, 선수들은 힐링으로 1스테이지를 되돌아 보기로 했다.
서정원 감독은 "이제 첫 번째 스테이지가 끝났으니 무엇이 문제인지 연구해야 한다. 평소처럼 마냥 열심히 훈련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 "과거 시즌 1스테이지 전·후의 데이터를 추려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막막한 현실에 대한 돌파구를 과거의 교훈과 경험을 통해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11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에 대한 데이터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과거 사례를 통해 시즌 초반과 이후 어떤 점에서도 향상되었고,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연구해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서 감독은 방대한 자료를 뽑아놓고 올 시즌 초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향후 개선점이 무엇인지 분석해 훈련 프로그램과 실전 운용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데이터 분석은 반성의 의미도 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데이터는 단순한 집계 수치가 아니라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얼마나 어떻게 부족했는지 평가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연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구단은 선수단을 대상으로 힐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실시하는가 하면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나눔의 기쁨을 통해 경기장에서 쌓였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치유하자는 취지다. 수원 지역 학교를 방문해 축구 클리닉 팬 서비스를 하고, 우수 스폰서 업체(블루하우스)로 달려가 1일 점원으로 봉사를 하며 팬에게 다가가 위로와 쓴소리도 듣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원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서 탈출에 성공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2010년 정규리그 시절 11라운드가 끝났을 때 15개 팀 가운데 꼴찌(2승1무8패)였던 수원은 이후 10승을 추가하는 대신 3패만 허용하며 7위까지 도약했다. 연속 2위를 했던 2014, 2015년 시즌에 1스테이지가 끝난 이후 패배 수를 줄이거나 승수를 늘리는 등 승점을 끌어올려 상위권을 유지했다.
수원 구단은 "여기서 정체되지 않고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팬들에 대한 도리다. 공부 잘 하려면 많이, 열심히 해야한다"면서 "달라진 모습을 위해 다방면의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