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문제 없다. 괜찮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24일 잠실 kt 위즈전에 앞서 더스틴 니퍼트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22일 부산 롯데전에서 와르르 무너진 에이스. 약 7개월 간 진행되는 페넌트레이스, 고작 한 경기 결과일 뿐이라는 게 사령탑의 생각이다.
니퍼트도 3⅔이닝 6안타 7실점 경기에 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휴식일인 23일 정오께 잠실구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한 그는 여전히 밝은 표정이었고,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고 퇴근했다. 뭉친 근육을 충분히 풀어준 그는 프런트와도 가볍게 인사한 뒤 오후 3시30분께 잠실구장을 나섰다.
니퍼트는 당초 1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근길에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허리가 약간 불편해 22일로 등판을 미뤘다. "만약 롯데전에 등판하지 않으면 열흘 가까이 쉬게 돼 이날 등판을 자청했다"는 게 두산 관계자의 말. 수년 간 에이스 노릇을 한 '효자 외인'의 의사를 존중해준 결정이었다.
교통사고에 따른 후유증은 없는 듯 했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직구가 조금 높게 형성되긴 했어도 직구가 154㎞까지 찍혔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였다. 4회에만 홈런 2방을 맞는 등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3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 볼넷 4개. 전날까지 7승1패로 다승 부문 단독 1위에 올랐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쉼 없이 달려오던 두산의 연승도 '8'에서 끊겼다.
특히 상대가 롯데였기 때문에 더 의외였다. 2011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롯데에 아주 강한 투수다. 앞선 경기까지 통산 15경기(선발 14경기)에 등판해 8승3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7일 잠실 경기에서 6⅔이닝 5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야수들의 득점 지원이 없어 패전 투수가 됐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4회 1사 1,2루에서 8번 이여상에게 중월 2루타, 계속된 1사 1,2루에서 후속 정 훈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또 김문호에게 우월 3점 홈런, 최준석에게 우월 솔로포를 얻어 맞고 강판됐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괜찮다"면서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두산 선수들도 "그냥 안 풀린 경기다.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다 4회 꼬였을 뿐"이라고 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