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배선영기자] 케이블채널 tvN '또 오해영'의 인기가 심상치않다. 월요병까지 없앤 이 드라마는 지난 23일 방송된 7회가 시청률 6.6%(닐슨코리아 제공)까지 치솟았다. 1회가 기록한 시청률 2.1%와 비교하면 3배 높아진 수치다.
드라마의 고공행진 속에 주인공 오해영을 연기하는 배우 서현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걸그룹 밀크 출신으로 연기자로 전향한 뒤에도 '신들의 만찬', '오자룡이 간다', '제왕의 딸, 수백향'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오랜 시간 빛을 발하지 못하다 지난 해 출연한 '식샤를 합시다2' 이후 차츰 대중의 눈에 익었고 이후 포텐 터진 '또 오해영'으로 배우로서의 입지가 단단해졌다. '또 오해영'의 최고 수혜자가 서현진인 셈이다.
동시에 서현진이야말로 '또 오해영'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주인공 오해영이 처한 서러운 상황과 심리를 잘 살려내고 있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예쁜 얼굴, 든든한 집안 배경을 가진 금수저 오해영과는 처지가 확실히 다른 흙수저 오해영. 결혼 전날 남자에게 차이고 직장에서 구박 받으며 엄마아빠에게조차 부끄러운 딸이 된 것은 그렇다고 치자. 남들은 다 한다는 결혼이 쉽지 않고, 직장 생활은 고되기 그지 없으며, 고이 길러주신 부모님 앞에 당당한 아들 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오늘날 대다수 청춘이 겪는 일이니까.
문제는 예쁜 오해영(전혜빈)과의 비교다. 학창시절부터 늘 자신의 삶에 따라붙는 또 다른 오해영의 존재가 오해영(서현진)에게는 가장 큰 컴플렉스이자 가장 아픈 상처이다. 태어나서부터 예쁜 얼굴에 무엇이든지 잘 해내고 무엇을 해도 주목받고 사랑받는 오해영은 자꾸만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주눅들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학교는 물론,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경쟁체제에 SNS의 발달까지 겹쳐 타인의 삶과 시시각각 비교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청춘들. 굳이 동명이인의 잘난 존재가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자조하는 2016년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금수저들과의 비교야말로 가장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씩씩하고 유쾌하게 살아가지만 예쁜 오해영 앞에서만은 주눅들어 있는 '그냥' 오해영의 존재는 그래서 더 짠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또 오해영'이 이를 극복해나가는 방식은 여전히 유쾌하다. "난 내가 여기서 좀 만 더 괜찮아지길 바랬던거지. 걔가 되길 바란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래요"라며 늘 자신과 비교되는 예쁜 오해영을 따라잡는 무모한 경쟁에 목을 매기 보다 스스로를 더 안쓰러워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토닥이는 씩씩함은 금수저의 순풍을 탄 듯한 거침없는 질주 속에서도 한 발 더 나가보려는 흙수저들에게 조용한 위안이 된다.
여기에 계속해서 부닥치는 사건사고 속에서도 울고 주저앉기 보다 씩 웃으며 툭툭 털고 일어나고 슬픔과 분노를 무아지경 댄스로 풀어나가는 오해영을 보고 있으면 온갖 장애물도 웃프게 그려나가는 2016년 청춘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질 것이 뻔한 마라톤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볼 용기가 생기는 것은 1등이 목표가 될 때가 아니라 내 자신이 한 발 더 나아가길 원할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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