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 볼터치 소리가 녹색 그라운드 위로 경쾌하게 흩뿌려진다. 청량한 소리만큼 선수들의 몸 놀림도 가볍다. 자청해서 진행한 특별 훈련.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유럽과 중동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선수 7명이 23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담금질을 시작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토트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찰턴) 임창우(알 와흐다) 한국영(카타르SC) 등 한국축구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이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함께 섰다.
이들 해외파 7명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발표한 유럽 원정 2연전 A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5월 초·중순 소속팀 리그를 마치고 귀국해 대표팀 호출을 기다려왔다. 슈틸리케호는 6월 1일(이하 한국시각) 오스트리아에서 스페인과 일전을 치른 뒤 체코로 이동해 5일 체코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갖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특례를 받은 기성용은 당초 이달 말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유럽 원정을 위해 훈련소 입소까지 미뤘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특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직접 훈련장에 나와, 아르무아 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 중인 선수들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살핀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A매치 2연전을 준비하고 싶다는 의사를 코칭 스태프에게 전해와 훈련 장소를 제공하게 됐다"면서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나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칭찬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훈련의 시작은 몸풀기. 그라운드 주변을 가볍게 달리며 도란도란 담소를 주고 받는 선수들의 표정이 환하다. 간간이 해맑은 웃음소리도 들린다. 반가운 표정 속에 설렘과 묘한 긴장감이 교차한다. 러닝 후 진행된 스트레칭. 휴식기 동안 무뎌진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회복훈련의 첫 단계다.
해외파 중 막내 축에 속하는 손흥민은 힘이 넘친다. 예전보다 체격이 좋아졌고, 한층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서 몸에 근육이 많이 붙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준비를 마친 전사들은 '볼 빼앗기' 게임으로 체온을 조금씩 끌어올린다. 5~6명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패스를 주고 받는 동안 원의 한 가운데 서있는 선수가 볼을 가로채는 게임. 순발력과 집중력 강화 훈련의 일환이다. 놀이 같은 재미를 더하니 선수들의 웃음소리는 갈수록 커진다. 타고난 승부욕은 훈련이라고 무뎌질리 없다. 패스 횟수를 세면서 은근한 경쟁심을 드러낸다. 기성용은 5번 만에 볼을 빼앗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표팀 코칭 스태프의 표정에 흐뭇한 미소가 스친다.
자발적 훈련을 주도한 선수는 '캡틴' 기성용. 그는 "해외에 있는 선수들의 시즌이 일찍 끝났다. 대표선수로서 계속 쉴 수 만은 없다. 2주를 쉰 후 3일 준비해 경기를 치르는 것은 대표선수로의 자세가 아니다. 100%의 몸을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과도 공감대가 형성됐고, 모두 특별 훈련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한다.
손흥민은 "선수들의 의지가 상당하다.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한다. 아울러 "강팀과의 원정 경기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준비해야 한다. 유럽에서 유럽팀과의 승부는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축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번 유럽원정의 의미와 함께 각오를 다진다.
선수들은 3대3 미니축구를 끝으로 훈련을 마쳤다. 홍정호는 미니축구에 참여하지 않고 가벼운 러닝으로 첫 훈련을 마감했다. 이후 코칭 스태프와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몸상태가 살짝 우려되는 상황.
첫날 훈련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해외파 선수들은 오는 27일까지 파주 NFC로 출퇴근 하면서 자체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5일간 호흡을 맞추는 대표팀은 28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9일 유럽 원정길에 나선다. 파주=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