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의 표정은 결연했다.
전북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1주일 전 치른 호주 원정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20여 시간의 이동 끝에 도착해 치른 멜버른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 16명의 정예멤버를 꾸려 결전에 나선 최 감독은 선제골을 내주며 궁지에 몰렸지만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패배를 모면하면서 원정골까지 얻은 점은 소득이었지만 좋은 흐름에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24일 오후 7시에 갖는 멜버른과의 ACL 16강 2차전에서 전북은 득점없이 비겨도 원정골 규정(종합전적과 점수가 같을 시 원정 득점 우선)에 의해 8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비겨도 되는 승부'가 더 어려운 법이다. 사생결단으로 나올 멜버른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멜버른에 실점하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욱 꼬인다. 전북이 승리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 감독은 "전반기 목표가 ACL 8강 진출과 정규리그 선두권이었다. 내일 경기를 잘 마무리하면 전반기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희생해주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멜버른 원정 뒤 선수들이 다소 피곤해 했지만 이제 완전히 회복이 됐다. 홈 경기인 만큼 적극적인 경기를 해서 이겨야 한다. 좋은 모습으로 8강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와 ACL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수비 불안에 시달려왔다. 최 감독도 이를 경계하는 눈치다. 그는 "매 경기 실점을 하고 있다. 유독 코너킥에서 실점이 많다"며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한 승부다. 높은 집중력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내일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지만 정상적이면서 적극적인 형태로 먼저 골을 넣어야 유리해질 수 있다"고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전북의 맏형 이동국은 "한 경기(멜버른전)로 대회(ACL)가 끝날 수도 있다"며 "지난 원정에서 상대 경기 스타일을 파악했다. 홈에서 갖는 승부인 만큼 잘 준비해서 8강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사상 처음으로 ACL 16강에 오른 멜버른 역시 목표는 승리였다. 케빈 머스켓 멜버른 감독은 "이번 시즌 이미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전북이 강한 상대이지만 전북도 부담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내일 경기서 또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피할 곳이 없는 외나무 다리 결투다. 멜버른 넘어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전북이 과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