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화투 팝아트로 꾸준히 전시회를 가져온 가수 조영남이 그림 대작 의혹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강릉지검 속초지청은 지난 16일 조영남의 소속사 및 조영남의 그림을 거래한 화랑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속초의 한 무명 화가 A(60) 씨가 '지난 2009년부터 한 점에 10만원을 받고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그려줬다'라고 주장한데 따른 것. A씨에 따르면 조영남이 필요한 주제의 작품을 의뢰하면 해당 작품을 90% 이상을 그려주고, 조영남이 나머지 10%를 덧칠한뒤 사인을 넣어 그의 작품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A씨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팔린 그림 중 A씨가 그린 것이 있는지, 얼마에 판매됐는지, 조영남과 A씨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영남 측은 A씨에 대해 자신이 그림을 기르는데 쓴 조수 중 한 명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이 오리지널 그림을 그린 뒤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A씨가 똑같이 그려서 보내주고, 조영남이 마무리손질을 하는 개념이라는 것. 조영남의 화투 그림들은 보통 수백만원, 작품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술계 일각에서는 '아이템의 컨셉을 잡은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조영남의 작품활동에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학평론가 진중권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다"라며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건 꽤 일반화한 관행이다. 미니멀리스트다 개념미술가들도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중권은 "핵심은 작품의 컨셉을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다. 원칙적으로 큰 문제 없다"라면서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념은 고루하기에, 여론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세세하게 따지면 애매하게 경계선 양쪽에 걸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다만 검찰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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