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각) 박병호의 미네소타와 디트로이트의 경기는 숱한 화제를 남겼다. 미네소타는 1회말에 무려 8실점을 했고, 가장 막강한 선발인 디트로이트 짐머맨은 7회까지 무려 8점을 내줬다. 디트로이트 감독은 상의를 벗어 홈플레이트에 던져 퇴장당했고,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미네소타의 불펜투수는 6이닝 가까이 호투하기도 했다.
이날 디트로이트가 10대8로 승리했다. 짐머맨은 "아름다운 경기는 아니었다. 미친 경기였지만 우린 살아남았다(It was crazy, but we survived)"고 했다. 짐머맨은 7이닝동안 11안타 8실점(7자책)을 했지만 시즌 6승째(2패)를 따냈다. 지난 7경기를 통틀어 8자책점을 기록했는데 이날만 7자책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1.50에서 2.45로 급격히 나빠졌다. 11안타 역시 시즌 최다였다. 7회초 박병호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수비 실책으로 동점까지 허용했을 때는 암담했지만 곧바로 타선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전부터 묘한 분위기였다. 시즌 개막부터 9연패를 당한 미네소타지만 디트로이트도 만만찮다. 전날까지 13경기에서 2승11패였다. 디트로이트 아스머스 감독에 대한 경질설까지 나돌았다. 아스머스 감독은 1회에 8점을 얻고, 마운드에는 에이스가 버티고 있어 느긋했지만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야금 야금 미네소타가 따라붙어 7-8까지 추격해왔다. 4회 볼판정에 항의하면서 상의를 벗어 홈플레이트에 패대기 치면서 퇴장당했다. 아스머스 감독은 경기후 "7,8명의 선수가 볼판정 때문에 화가나서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이정도면 그들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아스머스 감독은 또 "모두가 알다시피 나는 짤릴 지도 모른다. 경기전에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지 않았나"라며 초연한 듯 얘기했다. 디트로이트 카스텔라노스는 "올시즌 들어 가장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 4회에 감독이 보여준 행동을 모두 봤다. 무엇을 뜻하는 지 역시 모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선발 베리오스는 1회를 넘기지 못하고 7점을 주고 물러났다. 베리오스는 "처음으로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왔다갔다한 시즌이다. 1회를 잘 넘겼어야 했다. 포수 글러브에 볼을 착착 집어넣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네소타는 좌완 불펜 팻 딘이 5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다.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은 "불펜에 과부하가 걸려 최대한 딘을 오래 끌고가려했다"고 밝혔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