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9· 피츠버그)가 17일(한국시각) 애틀랜타와의 홈게임에서 선발 제외됐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의 배려다. 피츠버그 구단은 지난 7일 강정호를 빅리그에 올리면서 한가지 약속을 했다. '이틀 출전 뒤 하루 휴식'.
지난 16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허들 감독은 경기후 강정호를 사흘 연속 선발출전시킨 데 대한 질문을 받았다. 강정호는 이날 상대 에이스 존 레스터를 상대로 결정적인 1타점 2루타를 터뜨리고 9회에 쐐기 홈런까지 날려 팀의 2대1 승리를 홀로 이끌었다. 활약은 활약이고 재활선수의 몸관리는 다른 문제였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 본인에게 몸상태를 물었고, 낮경기였지만 전날도 낮경기여서 잠을 충분히 자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특별한 상황이라는 뉘앙스였고, 물론 결과도 최상이었다. 미국 CBS스포츠는 강정호의 몸상태에 이상이 없고,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다는 점을 들어 17일 애틀랜타 홈게임 출전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결과는 예외없는 선발 제외였다.
메이저리그의 선수보호는 나름대로의 룰과 패턴이 있다. 부상 뒤 수술이나 재활을 거친 선수는 확실하게 몸을 만들때까지 체력부담을 덜어준다. 강정호는 지난해 수비를 하다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했다. 무릎 연골도 찢어져 수술을 했다. 긴 시간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면서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았다. 직선 달리기부터 시작해 수비를 위한 사이드 스텝, 슬라이딩까지. 모든 것이 가능해지자 이번에는 트리플A로 이동해 2주 넘게 적응기를 거쳤다. 트리플A 경기도 매일 출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정호의 몸상태에 맞춰 공격과 수비 강도를 점차 높여갔다. 1군에 콜업된 뒤에도 집중관리를 받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몸상태를 매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 본인이 오케이 사인을 줘도 무리시키지 않는다. 지치면 부상 위험이 커지고, 부상은 돌이킬 수 없는 공백으로 이어져 팀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터득된 팀운영 방식이다.
실력이 돈과 직결되는 프로세계에서 선수는 때때로 오버페이스 할 수 있다. 이를 트레이닝 파트와 코치, 감독이 적절하게 조절한다. 강제휴식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LA다저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은 지난해 어깨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올해 개막전 합류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재활과정에서 약간의 차질이 생기자 LA다저스는 재활과정을 시작부터 다시 체크했다. 선수의 개인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조심스럽게 시간을 투자하고 끈기있게 기다리는 중이다. 여물지 않은 몸으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류현진 개인의 판단과는 별개로 LA다저스는 이미 올해초 류현진의 복귀 시점을 6월 이후로 맞춘 것으로 안다. 선수보호는 궁극적으로 구단자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야구도 이같은 흐름을 공유한다. 수년전부터 메이저리그의 선진야구를 배우기 위해 안간힘이다. 재활 선수의 복귀에는 다소 여유를 가지는 쪽이 결과가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