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올 시즌 제주의 모습이다.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팔색조' 제주가 제대로 날개를 폈다. 3대0 완승. 이날 승리로 제주(승점 17)는 4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3위 성남(승점 18)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46)은 전남을 맞아 중앙수비수 권한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파격이었다. 그간 조 감독은 패스와 공격력이 뛰어난 권순형 송진형 이창민과 마르셀로로 허리를 구성했다. 기존 2선 중앙자원에 부상 이탈도 없던 상황. 조 감독은 "전남의 오르샤가 슈팅, 돌파 등 공격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측면 수비수가 1대1로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수비능력이 있는 권한진의 백업능력을 활용하는 전술"이라고 말했다.
단지 측면 수비를 위해 모험을 감수했을까. 아니다. 공격 강화도 꾀했다. 중앙수비수 이광선은 현재 3골로 송진형(4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다. 이광선의 공격 가담으로 생긴 공백도 권한진으로 채우겠다는 것. 조 감독은 "권한진이 활동반경을 넓히면서 중앙, 측면을 골고루 보완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대성공이었다. 오르샤는 단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대로 제주는 골 폭풍을 몰아쳤다. 권한진의 2선 수비를 등에 업고 송진형이 과감히 전진했다. 송진형은 멀티골(2골)을 터뜨렸다.
신의 한 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시즌 개막 전부터 염두에 뒀다. 조 감독은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모른다. 제주에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게 고민이었다"면서 "그러나 권한진이 멀티 능력이 있는 만큼 언젠가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기용할 생각을 가지고 동계 훈련 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술변화로 승리까지 거두니 정말 짜릿하다. 이럴 때 보람차고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주가 창을 바꿔 든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대구에서 활약했던 조나탄을 품에 안는다. 기존 외국인 공격수 까랑가, 모이세스가 각각 적응 문제와 개인 사정으로 브라질로 돌아갔다. 조나탄은 지난해 K리그 챌린지 39경기에서 26골-6도움으로 득점왕과 챌린지 MVP(최우수선수)를 동시에 석권한 검증된 골잡이다. 조나탄은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는 7월 등록 절차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 나서게 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