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 장기 레이스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시즌이 개막하고 40여일이 지난 시점인데, 벌써부터 순위가 갈리고 있다.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화 이글스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과 탄탄한 전력을 유지하면서 지난 겨울 박석민을 영입해 타선을 보강한 NC의 강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기본 전력이 좋아 두 팀의 선전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 간 집중적인 투가가 이뤄진 한화의 끝없는 추락은 충격적이다. 4강 후보, 상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김성근 감독까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팀을 떠나 있는 상황이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좋을 때 많이 벌어놔야한다"이다. 팀 컨디션이 좋고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승수를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비교 우위에 있는 상대를 만나면 경기 운영을 달리하게 된다. "리그 전체가 잘 되려면 전력 평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화의 부진을 걱정하지만, 현실에서 한화는 승수쌓기의 타깃이다.
상위권팀들은 특정팀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승수를 챙겼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은 롯데, LG를 제외한 7개팀에 우세했는데, 몇몇 팀에 초강세를 보였다. 한화에 6전승을 거뒀고, 넥센 히어로즈에 4승1무1패, SK 와이버스에 4승2패. 삼성에 3승1패를 기록했다. 16일 현재 24승 중 17승을 이들 4개팀을 상대로 거뒀다.
물론, 한화가 두산의 고공비행에 가장 큰 도움을 줬다. 롯데 자이언츠에 3연전 스윕을 당하고 주춤했던 두산은 SK 와이번스와 히어로즈와의 지난 주 6연전에서 5승(1패)을 거두면서 기운을 차렸다.
2위 NC는 LG 트윈스, 롯데가 보약이다. LG를 맞아 5승1패, 롯데를 상대로 4승1패를 기록했다. 4월 29~5월 1일 롯데전 3연전 스윕, 5월 6~8일 LG전 3연전 스윕이 상위권 도약의 발판이 됐다.
3위 SK 와이번스는 고르게 성적을 냈다. 두산과 삼성을 제외한 7개 팀에 우세했다. 이 가운데 히어로즈전에서 좋았다. 히어로즈전 6경기에서 4승(2패)을 챙겼다.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많아 남아있으나, 현시점에서 히어로즈는 만만한 팀이다.
반면, 최약체로 몰린 한화는 '동네북' 신세다. 개막 후 한달이 지났는데도, 두산과 LG, kt에 아직까지 승이 없다. 두산에 6전패, LG에 4전패, kt에 3전패를 당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두 팀에 10전패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