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송진형이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펄펄 날았다. 멀티골(2골)을 쐈다. 제주는 송진형의 득점포에 힘입어 3대0 대승을 거뒀다. 송진형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딸이 11개월 됐다. 지난 겨울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며 "그런 책임감을 바탕으로 동계 훈련을 착실히 수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사실 전남전을 앞둔 제주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11일 광주FC와의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 32강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쓴 잔을 마셨다. 송진형은 "일단 우리가 FA컵에서 광주에 잡히면서 분위기 다운된 상태였는데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좋았다"며 "나도 팀에 도움이 되려 노력했는데 이렇게 골까지 넣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백미는 송진형의 선제골이었다. 전반 39분 배재우의 패스를 받은 송진형은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재치있는 찍어차기 슈팅으로 전남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송진형은 "노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이드로 갔을 때 먼 쪽 포스트를 보고 크로스 올리는 전술을 한다. 그래서 뒤쪽으로 차려고 했는데 발 바깥쪽에 맞으면서 운 좋게 들어갔다"며 웃었다.
4위 제주(승점 17)는 이번 승리로 3위 성남(승점 18)을 승점 1점 차이로 쫓고 있다. 화력이 심상치 않다. 제주는 10라운드까지 21골을 넣어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송진형은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안 주고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안고 잘 이끌어가주시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