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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헥터, 외인연봉 1-2위의 엇갈린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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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들의 몸값, 그리고 성적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몸값이 높은 선수일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 계약금과 연봉이 합쳐진 몸값, 즉 연봉총액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평가척도다. 과거에 좋은 성적을 냈고, 그걸 앞으로도 이어갈 만한 선수를 잡기 위해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영입한 선수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몸값=성적'의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건 아니다. 거액을 주고 영입했더라도 부진할 수 있고, 반대로 저렴하게 영입한 선수가 의외의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할 수 있는 KBO리그에서 외국인 연봉랭킹 1, 2위 선수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1위는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이고, 2위는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다. 두 선수는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어린시절 같이 자란 덕분에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로저스는 올해 190만달러를 받고, 헥터 역시 170만달러를 받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화와 KIA는 올해 팀 성적 향상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몸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뛰어난 기량을 지닌 에이스급 투수를 영입해 효과를 보겠다는 계획을 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정이다.

하지만 투자의 결과물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고 있는 맞대결에서 로저스와 헥터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랭킹 1위 로저스는 13일 경기에 선발로 나왔지만, 지난해만큼의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6⅔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2삼진 4실점(2자책)을 기록하면서 결국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1회에 나온 1루수 김태균의 결정적인 실책이 큰 걸림돌이었지만, 로저스의 구위와 제구력 자체도 작년에 비해 좋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생긴 팔꿈치 부상 여파로 보인다. 이에 앞서 로저스는 지난 8일 수원 kt전에서 컴백전을 치렀지만, 당시에도 5⅓이닝만에 9안타(1홈런) 2볼넷 4삼진 5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최고몸값선수'라는 타이틀에는 꽤 부족한 성적이다.

반면 헥터는 '연봉 2위의 대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질적인 기여도나 리그 전체에서의 비중은 이미 로저스를 넘어선 지 오래다. 무엇보다 헥터는 건강하게 시즌 처음부터 꾸준히 KIA 마운드를 지켜오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 해도 이미 헥터의 기여도가 로저스를 압도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헥터는 대단히 의미있는 기록을 세우면서 단숨에 리그 최강급 외인투수임을 입증했다. 지난 14일 광주 한화전에서 헥터는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팀의 8대0 승리를 끌어냈다. 한국무대에서 헥터가 처음 달성한 완봉승이다. 특히나 이날 헥터는 볼넷이나 사구를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무4사구 완봉승이다. 이는 올해 롯데 레일리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매우 희귀한 기록이 하나 더 발견됐다. 헥터의 '외국인 투수 무4사구 완봉승' 은 KIA 타이거즈가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까지 포함해서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다. 그만큼 헥터가 빼어난 경기 운용을 보여줬다는 증거다. 더구나 헥터의 활약은 '반짝 활약' 절대 아니다. 올해 헥터는 8경기에 꼬박 선발 등판해 4승(1패)에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8경기에서 총 53⅓이닝을 던졌다. 기본적으로 일단 나오면 최소 6이닝 이상은 여유있게 책임졌다는 뜻이다. 꾸준한 등판 소화력과 이닝이닝 능력은 선발 투수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다. 더구나 엄청난 몸값을 받는 외인투수라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걸 헥터는 해냈고, 로저스는 아직 못해내고 있다. 연봉 랭킹 1-2위의 명암은 광주에서 가장 명확하게 갈렸다. 2위앞에서 작아졌던 1위 로저스가 과연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