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16시즌 KBO리그에선 거의 매일 '고득점' 경기를 볼 수 있다. 고득점은 10점, 다시 말해 두자릿수 점수를 뜻한다. 프로야구에서 10점은 고득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고득점 현상이 5월 들어 뚜렷하다. 14일까지 5월에 국내 프로야구가 벌어진 일수는 총 12일이다. 그중 한팀 점수가 10점 이상 나온 경기 일수는 11일이었다. 지난 3일 단 하루를 빼곤 매일 두자릿수 득점 경기가 나왔다.
구단별로 따져보면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팀은 두산과 NC가 나란히 4차례씩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넥센이 3차례로 그 다음이었다. 10개팀이 모두 1경기 이상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10점 이상을 내준 경기를 살펴보니 한화 롯데가 4차례씩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SK LG kt가 3차례씩으로 많았다. 유일하게 NC만 10실점 이상 내준 경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4월에도 두자릿수 득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달 총 경기 일수는 25일이었다. 그중 10득점 이상 경기가 나온 일수는 12일이었다. 4월 48%에서 5월 92%로 치솟은 것이다.
총 12팀이 참가하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선 5월 경기 일수(12일) 중 두자릿수 득점이 나온 경기 일수는 5일로 KBO리그(11일) 보다 절반 정도 적었다.
KBO리그의 5월 고득점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전문가들은 부실한 선발 투수진을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각팀에서 1~3선발급들은 어느 정도 버텨주고 있다. 그러나 4~5선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위가 떨어지면서 경기 초반 난타를 당하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월 10실점 이상 경기가 가장 많았던 한화와 롯데 모두 선발 로테이션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 한화는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로 '퀵후크'를 남발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에이스 로저스가 부상 재활에서 돌아와 1선발 한 자리는 확실하다. 롯데도 1선발 린드블럼이 흔들리면서 고전했다. 또 토종 송승준 고원준 등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선발 투수가 5회 이전 조기 붕괴될 경우 대량 실점 위험이 높다.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올라가는 '추격조' 불펜 투수의 구위로는 달아오는 상대 타선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일 때가 잦다.
한화와 롯데는 물론이고 대량 실점 경기가 많은 편인 SK LG kt 등도 추격조가 종종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감독들은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필승조 불펜 투수들을 구원 등판시키기 어렵다. 아무래도 구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투수들이 올라갈 경우 타자들에게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경우 점수차는 계속 벌어지고 10득점 이상 경기가 속출하게 된다.
김인식 KBO 규칙 및 기술위원장은 "최근 10년새 국내에서 A급 투수라고 꼽을 수 있는 선수들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A급 투수층이 너무 얇다. 반면 토종 타자들의 기술과 힘은 이미 투수들의 평균 기량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고득점 현상은 '타고투저'와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