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온라인게임 오버워치의 오픈베타가 종료되고 이제 정식 서비스를 남겨두고 있다. 오픈베타 시작과 동시에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4위를 차지했고 오픈 마지막날에는 피파온라인3를 제치고 3위를 기록하면서 정식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보게 했다.
오버워치는 AOS 장르의 게임 흐름이 더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FPS 장르에 속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여타 FPS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오버워치가 같은 FPS 장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형태의 게임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밀리터리 FPS가 아닌 하이퍼 FPS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오버워치이기 때문이다.
* 엄밀히 말하면 하이퍼 FPS라는 표현은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표현으로 북미, 유럽 등지에서는 올드스쿨 슈터(Old-School Shooter) 혹은 패스트 페이스드 슈터(Fast Paced Shooter)라고 불린다. 참고로 밀리터리 FPS의 경우는 모던 슈터(Modern Shooter)혹은 밀리터리 슈터(Military Shooter)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에는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인 하이퍼 FPS라고 표기한다.
최근에는 헤일로 시리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세를 떨치지 못 하고 있지만 FPS 장르의 시작은 하이퍼 FPS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하이퍼 FPS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이퍼 FPS를 규정하는 요소는 몇 가지가 있지만 게임의 공방양상은 하이퍼 FPS를 규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며 오버워치를 하이퍼 FPS 계열의 게임으로 구분 짓게 만드는 점이다.
하이퍼 FPS 장르 게임들의 공방양상은 밀리터리 FPS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캐릭터의 이동 속도가 빠른 편이며, 점프의 높이와 이동거리가 높고 멀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무협지의 주인공이 경공술을 펼치듯이 이리저리 붕붕 날아다니는 모습이 흔히 펼쳐진다.
맵 역시 대부분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조물과 구조물 사이의 간격을 넓게 배치해 점프 테크닉 사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때문에 고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조준실력 이외에도 여러 조작법을 활용한 점프 테크닉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또한 맵의 이곳저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리스폰되는 아이템을 획득해야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의 리스폰 위치와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게임에 따라서는 아이템마다 습득 사운드를 다르게 구성해서 사운드 플레이를 강조하기도 한다. 특정 아이템을 먹는 소리를 귀로 듣고 '이 아이템을 먹는 소리가 들렸으니 적은 지금 어디쯤에 있겠구나'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프를 활용한 이동 기술과 사운드 플레이 이외에도 적을 공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하이퍼 FPS의 특징이다. 총의 발사와 명중이 동시에 이뤄지는 밀리터리 FPS와는 달리 하이퍼 FPS의 무기들은 발사부터 명중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즉, 적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발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스나이퍼 계열의 무기를 제외하면 캐릭터를 두세번 맞춰도 적이 쓰러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뒤를 먼저 잡고도 이동, 조준 실력 차이 때문에 역으로 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외에도 레벨 디자인이나 스토리텔링 방식 등도 하이퍼 FPS를 규정하는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애초에 하이퍼 FPS라는 단어가 울펜슈타인 3D와 둠, 퀘이크 시리즈에서 시작된 말이기 때문에 하이퍼 FPS의 레벨 디자인이라는 것은 둠이나 퀘이크 시리즈의 레벨디자인과 맞닿아 있다.
레벨디자인은 특히 싱글플레이 콘텐츠에서 크게 부각된다. 맵에 비밀통로가 존재하고, 숨겨진 레벨이 있으며, 맵의 구조가 선형적이지 않고 비선형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 하이퍼 FPS 장르의 특징이다. 또한 퍼즐 요소가 적극적으로 게임에 도입되어 있어, 잠긴 문을 열기 위해 맵의 여기저기를 누비며 열쇠를 찾고, 그 열쇠를 찾기 위해 맵의 여기저기를 헤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퍼즐 요소는 하이퍼 FPS의 재미에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했다.
때문에 싱글플레이가 주를 이루던 과거에는 얼마나 이러한 퍼즐 요소를 적절하고 색다르게 배치했는가, 얼마나 매력적인 보스가 등장하는가에 따라 게임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했던 것이 하이퍼 FPS의 특징으로 꼽혔다.
오버워치는 레벨디자인보다는 게임의 공방양상 측면에서 하이퍼 FPS의 모습을 많이 닮아있는 게임이다. AOS 장르 특유의 전략성이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데 영향을 준다면, 하이퍼 FPS 특유의 공방양상은 유저가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라 하겠다.
하이퍼 FPS 장르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 한 장르다. 하이퍼 FPS의 특징을 지닌 다수의 작품이 국내에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마니아적인 인기를 얻는 수준에 그쳤을뿐,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 했다. 과연 오버워치가 국내에 하이퍼 FPS의 재미를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보자.
김한준 게임 전문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