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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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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태환(27)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하나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대한체육회를 제소해 국가대표 선발규정의 이중처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는 것뿐이다.

박태환 측은 멀지 않은 시일에 CAS 제소를 할 계획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법률적 검토와 준비는 끝났고,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리우올림픽 최종 엔트리 마감일은 7월 18일. 국가대표 선발규정의 개정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을 고려하면 최대한 빨리 CAS 판결을 받아야 실낱 같은 희망을 되살릴 수 있다. 당장 리우올림픽이 걸려 있는 시급한 사안이라 CAS에서도 우선적으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태환이 소속사 팀지엠피 측은 12일 "계속 시간만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 더 늦기 전에 CAS 제소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CAS 제소를 진행하는 동시에 올림픽 출전을 대비한 해외 전지훈련도 병행할 계획이다. 팀지엠피 측은 "무엇보다 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훈련지와 코치를 알아보고 있다"며 "훈련 스케줄이 확정되는 대로 곧바로 출국해 훈련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핑 양성반응에 대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선수자격정지 18개월 징계는 지난 3월 2일 끝났다. 하지만 '도핑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고 명시한 현행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이 규정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한체육회는 "특정인을 위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관용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선수 자격을 회복한 박태환은 4월 말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출전해 자유형 1500m 200m 400m 100m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네 종목 모두 FINA가 정한 올림픽자격기준을 충족해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한 요건도 갖췄다. 하지만 11일 대한수영연맹 관리위원회가 확정한 리우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선발 추천명단에서 박태환의 이름은 제외됐다. 박태환도 예상했던 일이다.

박태환은 지난 10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CAS로 가기 위한 마지막 수순이다. 박태환은 김 회장 대신 조영호 사무총장과 18일 면담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 사무총장의 일정상의 이유 때문에 25일로 다시 미뤄졌다. 그간 대한체육회의 강경한 태도에 비춰볼 때 박태환이 대한체육회와의 면담에서 전향적인 답변을 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12일 "박태환의 건의 사항이나 의견을 들어보기는 하겠으나 대한체육회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면담 일정까지 늦어지게 돼 면담일 이전에 CAS 제소가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박태환이 CAS에 중재 신청을 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중처벌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측이 승소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CAS가 판결에 대한 집행을 강제할 의무나 책임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CAS의 판결이 대한체육회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CAS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다시 대응 방안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