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 변신한 '설바우도'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설기현은 지난 해 은퇴를 선언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그의 선택은 성균관대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동료들이 곧바로 프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과 달리 설 감독은 대학팀을 택했다. 한발자국씩 올라서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목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팀을 U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또 한번의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성균관대가 FA컵에서 '형님' 프로팀을 잡았다. 성균관대는 11일 서울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강호 서울이랜드와의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랜드가 젊은 선수 위주의 라인업을 꾸렸다고 하나 분명 인상적인 결과였다.
성균관대 선수들은 설 감독의 현역시절처럼 용맹하고 저돌적이었다. 프로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웠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성균관대는 후반 14분 선제골을 넣으며 이변의 서막을 알렸다. 오인표를 크로스를 이진현이 오른발 슈팅으로 밀어넣었다. 다급해진 이랜드는 외국인 공격수 타라바이를 투입했다. 타라바이는 후반 21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동점골로 연결했다. 이랜드는 후반 30분 '주장'이자 전 국가대표 김재성까지 넣었다. 하지만 9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돌입한 연장전. 전열을 정비한 이랜드가 연장 전반 1분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교체투입한 타라바이가 또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균관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국 투지는 행운을 만들었다. 연장 후반 3분 전진수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로 연결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상승세를 탄 성균관대는 승부차기에서 이랜드를 압도했다. 성균관대의 최영은 골키퍼가 빛났다. 형들의 슛을 모조리 막아내며 이랜드의 국가대표 출신 김영광 골키퍼를 머쓱하게 했다. 상균관대가 3-1로 승리를 거두며 설 감독도 환하게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