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kt 위즈가 최근 이기는 경기를 보면, 유독 한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띈다. 포수 김종민(30). 김종민이 안타를 쳐주고, 도루 저지를 하면 kt에는 몇 배의 힘이 배가되고, 상대팀은 기가 죽는다. 시즌 전부터 걱정이라던 포수 문제를 김종민이 혜성처럼 등장해 말끔히 해결해주고 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일격에 상대가 당황하는 것이 스포츠다. 김종민의 활약으로 kt 팀 전체 전력이 크게 밀리지 않는 모양새다.최근 kt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김종민을 만났다. 그는 최근 활약에 대해 "사실 본격적으로 1군 경기에 투입되는 게 올시즌 처음이다. 지난 3년 간 kt 유니폼을 입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 준비의 결과가 최근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난해 1군 경험을 조금 했던 것이 도움이 된다. 올해는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종민은 개막 후 윤요섭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지만, 윤요섭이 2군에 간 사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종민은 "길게 보고 생각했다. 144경기, 많은 경기가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어떻게든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생활하며 1군 경험이 많았던 요섭이형에게 배운 것도 많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종민은 조범현 감독과 김필중 배터리코치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항상 '투수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포수다. 책임감을 갖고 사인을 내야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다. 특히 젊은 투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김 코치에 대해서는 "급하게 플레이하지 말라고 항상 조언해주신다"고 말했다.
최근 김종민이 주목받는 것은 바로 '앉아쏴'. 한화 이글스 포수 조인성의 전유물이었다. 도루하는 주자를 잡기 위해 2루에 송구할 때 일어서지 않고 앉은 채로 공을 뿌리는 것이다. 앉아서 몸의 반동 없이 던져야 하기에 어깨가 강해야 한다. 다만, 송구 시간이 단축돼 정확하게만 공이 간다면 포수에게 유리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종민의 경우 어깨가 다른 포수에 비해 약해 앉아쏴 자세를 연구하게 됐다. 김종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연습을 했다. 어깨가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봤다. 우연히, 앉아서 송구하는 연습을 해봤는데 예상 외로 밸런스가 좋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깨는 약해도, 공을 잡고 빼는 동작이 느리지 않아 앉아서 던지면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종민은 새로운 대기만성형 선수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9년 넥센 히어로즈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방출당한 후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다. 이어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의 꿈을 다시 키웠다. 그렇게 kt의 부름을 받아 다시 프로선수 타이틀을 따냈다. 30세가 되어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다. 김종민은 "내가 아직 대단한 걸 이룬 건 아니지만, 1군 선수로 뛴다는 꿈을 이뤘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힘들게 야구하는 동료들이 많이 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선수로서 타고난 점이 없다. 다만, 포기하고 싶을 때 참고 버텼다.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며 버텼다. 모두 포기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종민은 마지막으로 "내 개인 목표는 없다.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우리 팀 투-타 밸런스가 매우 좋다. 젊은 선수들 기량도 늘었고, 선배님들이 팀을 잘 이끌어주신다. 우리 5위 안에 분명히 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