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구 삼성-SK전.
3회였다. SK는 이명기의 볼넷과 조동화의 2루타, 그리고 최 정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정의윤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타점을 만들어냈다. 가볍게 휘두른 타구는 타고난 파워가 실리면서 중견수 깊숙한 플라이가 됐다.
무사 만루의 찬스라는 중압감은 없었다. 37타점 째였다.
그의 출전 경기수는 31게임.
타점 페이스가 무시무시하다. 시즌 초반이지만, 144경기를 환산하면, 약 172타점이다.
많이 언급되고 있는 얘기지만, 현실화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의윤은 올 시즌 풀타임 첫 해다. 지난 시즌 LG에서 SK로 이적,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타격 페이스가 괜찮지만, 떨어지는 사이클은 분명히 있다.
정의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런 부분에 대해 일단 미소를 지었다.
"그건 말이 안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정의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그는 "김용희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에서 너무 편하게 해준다.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시즌 전 그는 걱정이 많았다.
SK는 정의윤을 믿고 외국인 타자를 헥터 고메즈로 선발했다. 정의윤이 4번 타자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정의윤은 "시즌 전 주전후보들 중 풀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는 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팀에서 가장 중요한 4번 타자를 맡아야 했다. 많은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에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확실히 시즌 초반 그의 득점권 타율은 인상적이다.
타점을 어떻게 내야 하는 지 알고 하는 타격이 있다. 예를 들어 패스트볼 타이밍으로 스윙을 맞춘 뒤 변화구가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능수능란하게 타이밍을 늦춰 정확한 타격을 한다.
원래 타고난 파워와 타격 자질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런 변화를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정의윤은 "명확한 구분은 한다. 일단 볼 카운트가 유리한 경우 강한 스윙을 한다. 하지만, 득점권 상황에서 볼 카운트가 불리한 경우에는 어떻게든 공을 맞추려고 한다"고 했다. "삼진보다는 타구를 굴려야 뭔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이원화된 타격은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질 여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의윤은 이런 부작용에 대해 자신이 가진 타격 자질과 노력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절정의 타점 페이스를 과시하고 있지만, 타격 사이클이 절정인 지는 알 수 없다. 정의윤은 "아직 타격 감이 완전히 올라왔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시즌 초반 운이 좋았던 부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첫 풀타임이기 때문에 분명히 타격 부진이 올 것이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역대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점은 2015년 박병호가 만든 146타점이다. 정말 쉽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정의윤의 가파른 타점 페이스는 확실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