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의 승부는 승리와 패배 뿐만이 아니다.
무승부라는 '타협'도 존재한다. 승리를 통해 '승점 3'이라는 과실을 얻진 못하더라도 '승점 1'의 의미는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리그에선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은 아무런 성과도 주어지지 않는 패배보다는 당연히 무승부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타협'은 '양날의 검'이다. '비겨도 된다'는 안이함은 때론 단순한 패배 이상의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도자와 선수들이 '무승부'에 의미를 두면서도 경계하는 이유다.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는 '타협'의 기로에 서 있다. 전북은 4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장쑤와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E조 최종전을 치른다. 3일 현재 승점 9인 전북은 장쑤(승점 8)와 FC도쿄(일본·승점 7)를 제치고 조별리그 E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은 장쑤와 비기기만 해도 최소 조 2위를 확보하게 되어 16강에 오를 수 있다. 주중, 주말로 이어지는 일정 속에 로테이션으로 어렵게 일정을 풀어가고 있는 전북 입장에선 상황에 따라 '적당히' 승부를 마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느슨한 운영은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선제골을 넣고도 실점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던 전북 수비라인의 불안감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이재성과 함께 중원을 지켰던 김보경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장쑤는 칼을 갈고 있다. 2위 장쑤는 전북을 반드시 잡아야 16강에 갈 수 있다. 전북과 비겨도 조 최약체인 빈즈엉을 상대하는 3위 도쿄가 승리를 가져가면 16강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때문에 초반부터 파상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은 장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전북은 지난달 1일(한국시각) 중국 난징에서 가진 장쑤와의 첫 맞대결에서 2대3으로 패했다. '브라질 삼각편대' 하미레스, 조, 알렉스 테셰이라의 활약에 심판 판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시즌 첫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위력적이었지만 전체적인 전력은 전북이 앞선다는 평가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장쑤를 상대로 비겨도 된다는 '느긋함'보다는 승리를 향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 감독은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장쑤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전반기 목표는 ACL 조 1위 16강행과 K리그 클래식 선두권 수성"이라며 "1위 통과를 자신한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좋은 분위기 속에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비겨야 한다, 꼭 이겨야 한다는 말보다 순간 승패의 변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지난 원정에선 우리가 못해서 졌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다르다.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장쑤전에서 중원을 책임질 이재성은 "지난 원정 패배를 홈에서 갚아주고 목표했던 조 1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장쑤전에서 '타협' 대신 '승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승리를 향한 도전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