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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위닝시리즈 한화, 여전한 불안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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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꽃이 반짝 빛났다. 그러나 착각은 금물, 이 불꽃은 아침 햇살이 아니다. 아직 사위는 칠흙같이 어둡기만 하다. 앞으로 어떤 길이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잠시 반짝였던 '희망'이라는 불꽃에 취해있다가는 더 큰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보가 필요하다.

한화 이글스가 이제부터 내디뎌야 할 행보가 바로 이와 같다. 잠깐의 상승세에 취해선 안된다. 완전한 팀 전력의 안정화로 만든 상승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상대의 부진과 일시적인 행운이 겹쳐졌을 뿐이다. 이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내리기 어렵다.

개막 이후 깊은 부진에 허덕이던 한화는 4월 마지막 주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홈 6연전에서 2연속 위닝시리즈를 따냈다. 우천 취소된 KIA전 1경기를 빼고 주간전적 4승1패의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여전히 한화는 시즌 전적 7승17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승률 5할에서 -10승을 기록하면서 9위 KIA에도 2.5경기로 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4승1패의 내용을 살펴보면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일단 4승 중에 선발승은 단 한 차례(4월26일 KIA전) 뿐이다. 이날 선발로 나온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가 모처럼 6이닝 3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팀의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그 뒤를 송창식-권 혁-박정진-정우람 등 필승조 4인방이 받쳤다. 하지만 이들의 구위가 강력했던 건 아니다. 결국 마무리 정우람이 2이닝이나 책임져야 했다.

나머지 3승의 과정은 더 힘겨웠다. 선발투수들은 모두 3이닝 이전에 교체되고 말았다. 제구력과 구위의 난조가 1차적 원인이었지만, 김성근 감독 역시 조금이라도 선발이 흔들리면 가차없이 교체하는 '퀵후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로 인해 불펜의 부담이 커졌다. 권 혁, 송창식, 윤규진, 정우람은 주 4회 등판을 소화해야 했다. 그 가운데 권 혁과 윤규진은 3일 연속 투구(28~30일)를 했고, 박정진 역시 주 3회 등판해 3일 연속(28~30일) 투구를 했다. 결과적으로 4승은 불펜을 짜내어 만든 승리였다. 이 패턴이 어디까지 강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해의 사례를 보면 이런 불펜 짜내기는 어느 시점엔가는 분명히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여전히 부실한 수비력도 고민거리다. 이 기간에 한화는 무려 7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단연 1위 기록이다. 실책이 나오면서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경기가 꼬인 케이스가 많았다. 지난 주 유일한 1패였던 4월30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유격수 하주석과 3루수 신성현의 초반 실책으로 인해 재활을 막 끝내고 나선 선발 이태양이 5회를 버티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책을 줄이지 못하면 상승세는 금세 물거품이 되기 쉽다.

타선의 힘도 그렇게 강력했다고 볼 순 없다. 26일 KIA전에서는 초반 3점을 쉽게 뽑은 뒤 득점을 추가하지 못해 뒤집힐 뻔한 경기였다. 7회 1사 1, 2루에 나온 4번 김태균의 병살타는 뼈아팠다. 28일 경기 역시 10이닝동안 단 2점 밖에 뽑지 못하다 11회 정근우의 끝내기 2루타로 이겼다. 그런가하면 29일 삼성전 8회에 나온 차일목의 결승타는 사실 삼성 2루수 백상원의 실책성 플레이로 비롯된 장면이다. 백상원이 무리하게 뒤로 뛰며 콜을 하지 않고, 우익수 배영섭이 처리했으면 간단한 플라이 아웃으로 역전을 막을 수 있었다. 1일 경기는 뜻밖의 교체멤버 허도환의 2루타 2개로 만든 승리다. 허도환을 투입한 벤치의 작전이 빛났다고 볼 수 있지만, 이 깜짝 카드가 아닌 레귤러 멤버들의 힘으로는 삼성을 압도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4승1패의 좋은 성적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상승세를 탄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걸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좋은 흐름을 탔다고 기뻐한다거나 지나친 자신감에 들뜨게 된다면 금세 벼랑아래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실질 전력 자체가 아직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더 주의하고 신중하게 경기에 임해야 그나마 어렵게 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