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모발학회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반인들의 '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모발학회는 탈모증을 연구, 진료하는 의사들의 학술 단체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주 목적은 탈모증 환자들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치료를 받지 않아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회는 국내 대학병원 2곳에서 탈모 진료를 받은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조사 결과 탈모증 진단에 친구와 지인의 조언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으며, 이른바 탈모방지 샴푸 등의 비의학적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의학적으로 진단·치료받을 시기를 놓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발학회에 의하면 탈모증은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질환'인데도 국내에선 '미용'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 연 4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탈모 치료시장에서 모발이식이나 탈모 치료 전문의약품 복용 등 의학적 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고, 그나마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물 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간담회에서 학회측은 탈모증의 의학적 치료 효과보다는 한의원이나 화장품 업계 등 탈모 치료의 '경쟁자들'에 대한 환자들의 평가가 '별로'라는 점에 비중을 더 둔 듯했다. 한 예로,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에는 '탈모방지 샴푸, 탈모에 좋다는 특정 음식, 한의원 등을 통한 치료 만족도 조사'도 포함됐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치료법의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병원의 의학적인 치료 만족도에 대한 조사는 발표 내용에 없었다. 이날 학회가 공개한 새로운 의학적 정보는 원형탈모증에 대한 면역치료법 정도였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치료법에 대한 소개는 10분 남짓이었고,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학회가 '비의학적'인 치료법의 낮은 만족도를 공개하기보다 '의학적인' 치료에 대한 정보를 더 알차게 공개하면 어땠을까?
이날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간담회가 '탈모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약품 아닌 제품'들에 대한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학회측은 "이런 제품들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의 혜택을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피부과 병의원에 진열돼 있는 각종 '병원용 탈모 화장품이나 샴푸' 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발학회에서 인정한 대로 탈모에 대한 일반인의 '잘못된 인식'에는 '홍보 부족'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탈모 치료에 있어서 병원 문턱이 높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한의원의 탈모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1회 비용이 수십만원씩 든다"고 발표하기보다, 병원의 탈모치료제 보험 적용 범위·비용·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렸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탈모로 고생하는 수백만명의 환자들에게 더욱 유익한 기자간담회가 됐을 듯 하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