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공식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점수를 많이 뽑고 실점을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여러가지 조건에 따른 변수가 작용하다보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많다. 아무리 점수를 많이 내도, 실점이 더 많으면 허탈해 진다. 타선과 마운드가 모두 최고라면 큰 걱정이 없겠지만, 자원은 한정돼 있고 최상의 경력을 꾸준히 유지하기도 어렵다.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에 빠진 한화 이글스는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4대2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반 위기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깔끔하게 승리를 따냈다. 선발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고, 불펜이 3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타선도 찬스를 잘 살려줬다. 3-0으로 앞서다가, 8회초 2점을 내주고 3-2로 쫓겼는데, 8회말 1점을 뽑아 승기를 지켰다.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다음 공격에서 곧바로 추가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모처럼 밀도높은 야구를 했다.
무홈런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김태균의 시즌 첫 홈런도 반가웠다. 김태균은 2회 선제 1점 홈런을 터트려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20경기에서 4승16패, 간신히 승률 2할을 맞췄다. KBO리그 10개 팀 중 최저 승률, 최하위다. 여전히 앞이 캄캄하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 안영명이 다음달 초 복귀한다고는 해도, 불투명한 게 너무 많다. 시즌 개막에 앞서 우승 후보로 꼽혔는데, 모든 게 허상이었다.
부진의 이유는 간단하다. 못 치고 못 막았기 때문이다. 투타 지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팀 타율 2할5푼9리, 72득점. 경기당 평균득점이 3.6점에 그쳤다. 팀 평균자책점은 6.12를 찍었는데, 140점을 내줘 경기당 평균 7실점을 기록했다. 평균 4점을 못 뽑으면서, 7점을 내줬으니 승률 2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26일 KIA전을 앞두고 "5점 이상을 내주면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한화의 투타 능력을 감안한 설명이다. 기본적인 공격력이 약할뿐만아니라, 집중력이 크게 떨어져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5득점 이상이 어렵다면, 5실점 이내로 틀어막아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공격과 마운드 모두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한화가 5실점 이내로 막고 패한 경기는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3대4), 23일 두산 베어스전(2대3) 두 게임뿐이다. 또 5점 이상을 뽑고도 진 경기는 1게임뿐이다.
반면, 한화가 이긴 4경기는 모두 실점이 5점 이내였다. 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대5,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2대1,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대5,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4대2로 이겼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