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은 유난히 더 뜨거울 것 같다. 상상 속 열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개막이 어느덧 100일밖에 남지 않았다.
축구가 일상인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현지의 눈도 오로지 축구에 향해 있다. 개최국 브라질은 '삼바 열기'에 화답하기 위해 간판인 네이마르(바르셀로나)를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발탁했다. 네이마르는 대신 100주년을 맞는 남미 축구의 최대 잔치인 코파아메리카에는 불참한다. 그만큼 올림픽 축구에 거는 기대치가 높다. "월드컵 같은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지에서 들려온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도 마찬가진다. 최고의 관심은 단연 축구다. 축구는 남자 단체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브라질 땅을 밟는다. 행복한 추억이 올림픽을 더 설레게 한다. 4년 전 런던 대회의 환희는 잊을 수 없다. 태극전사들이 시상대에 섰고, 홍명보호는 대한민국 축구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했다.
신화의 끈을 이어가야 할 무대가 리우올림픽이다. 부담은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리우올림픽을 지휘하는 신태용 감독은 웃는다. D-100을 맞은 그는 26일 "런던올림픽만큼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리우올림픽은 8월 6일(이하 한국시각) 개막되지만 올림픽 남자 축구는 이틀 전인 8월 4일 첫 발을 뗀다. 브라질 전체가 축제를 만끽하기 위해 리우데자네이루 이외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해 브라질리아, 상파울루, 벨루오리존치, 마나우스, 사우바도르 등 6개 도시 7개 경기장에서 올림픽이 펼쳐진다. 남자 축구의 경우 16개국이 출전,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 조 1, 2위가 8강에 올라 토너먼트의 혈전을 펼친다. 대망의 결승전은 8월 21일 벌어진다. 멕시코, 피지, 독일과 함께 C조에 포진한 신태용호는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브라질이 네이마르에게 목을 매듯 신태용호도 와일드카드에 성패가 달렸다. 와일드카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처음 도입됐다. 올림픽에서 연령이 23세 이하로 제한된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하자 팀당 최대 3명까지 24세 이상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다. 대한민국 축구는 런던 대회 전까지 와일드카드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부상으로 교체되기도 했고, 기존 선수들과의 융화에도 문제가 있었다. 와일드카드에게 향하는 기대가 중압감으로 작용해 대사를 그르치기도 했다.
런던 대회는 또 달랐다.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23세 이하 선수들이 끈끈하게 중심을 잡았다. 와일드카드는 전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홍명보 감독도 일찌감치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박주영(서울)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이미 시험가동했다. 하지만 병역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주영의 와일드카드 발탁이 도마에 올랐다. 홍 감독은 "주영이가 군대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박주영은 동메달이 걸린 일본과의 3-4위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에 2대0 승리를 선물했다. 골키퍼 정성룡(가와사키)과 오른쪽 풀백 김창수(전북)도 튀지 않았다. 주축인 23세 이하 선수들과 한 목소리를 내며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었다.
신 감독은 3장의 와일드카드 중 1장은 낙점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남은 2자리는 수비수들로 채운다는 것이 신 감독의 시나리오다. 현재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신 감독은 이날 "어느 정도의 윤곽을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귀국 후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독일,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말레이시아에 출장을 가 의견을 나누지 못했다. 현 상황에서 밝히긴 어렵다. 5~6명을 체크 중이다. 수비 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동안 와일드카드는 병역 문제와 직결됐다. 하지만 신 감독은 또 다르다. 일례로 홍정호와 장현수의 경우 병역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그는 "런던 대회를 통해 좋은 선수들이 대부분 면제를 받았다. 면제를 받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팀의 일원이 되어 좋은 팀을 만들도록 돕는 게 맞다고 본다. 나머지 선수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도록 내가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와일드카드는 사실상 발표만 남은 듯 하다. 어떻게 활용할지는 신 감독의 과제다. 다만 와일드카드의 경우 기량도 기량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신태용호의 문화에 쉽게 젖어들어야 한다.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는 결국 독이다. 15명의 23세 이하 선수들과 3명의 와일드카드가 나무보단 숲을 볼 때 비로소 런던 신화의 재연을 노래할 수 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