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박병호와 '주력 타자' 유한준이 팀을 떠났고, 에이스 앤디 밴헤켄과 마무리 손승락이 이적했다. 4선발 후보 조상우에 필승 불펜조의 핵 한현희까지 부상으로 개막도 하기 전에 시즌을 접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투타의 핵심 전력을 잃어버린 채 2016년을 맞았다. 시범경기 때 히어로즈를 접했던 상대 팀 감독,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히어로즈를 꼴찌 후보로 꼽았다. 현장의 야구인들뿐만 아니라, 방송사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도 히어로즈를 최하위권 전력으로 분류했다. 사실 선수들의 면면만 보면, '상식적인' 전망이었다. 다들 지난 3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우승까지 노렸던 '히어로즈 야구', '염경엽 야구'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다.
그런데 시즌 초반 히어로즈가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25일 현재 10승1무9패.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에 이어 KBO리그 10개 팀 중 3위에 올라 있다. 시즌 전의 예상과 전혀 다른 그림이다.
투타 밸런스가 좋다. 팀 타율 2할8푼2리. 1위 롯데 자이언츠, 2위 두산 베어스 다음이다. 득점력도 준수하다. 박병호 유한준이 빠진 타선이 20경기에서 104점을 뽑았다. 이전보다 홈런이 많이 줄었는데, 기동력을 살려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팀 도루 20개로 이 부문 공동 1위다. 최근 몇 년간 기록을 보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히어로즈는 2013년과 2014년 팀 도루 7위, 2015년 8위에 그쳤다.
공격보다 마운드 걱정이 더 컸는데, 예상을 뛰어넘었다.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문 4위다. 특히 선발진이 잘 해줬다.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이 3.73으로 1위에 랭크돼 있다. 라이언 피어밴드(2승1패·2.67), 로버트 코엘로(1승3패·4.29)에 신재영(4승·1.38) 박주현(1승·3.92)이 잘 버텨줬다. 3선발 양 훈(2패·평균자책점 8.80)이 고전중이지만, 새얼굴 신재영 박주현이 든든하다. 구원진(평균자책점 4.47)이 선발진에 비해 처진다고 해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사실 염경엽 감독도 시즌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빠져나간 주력선수들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봉이 높고 이름값 있는 외국인 선수를 보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하위 평가가 나왔을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염 감독은 "아무리 우리 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꼴찌 후보로 거론되는 걸 보고 화가 났다. 하려고 해도 못 하는 게 꼴찌다. 우리 팀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시범경기 때 상대팀은 히어로즈의 '빠진 전력'을 봤는데, 염 감독은 '희망'을 엿봤다고 했다. 새얼굴 신재영 박주현, 마무리 김세현 등이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동안 히어로즈 터전에서 좋은 타자들이 많이 나왔는데, 투수쪽은 다소 정체돼 있었다. 올 시즌 투수 파트에서 뉴 페이스가 등장한 게 고무적이다. 타선에서는 김민성 박동원 서건창 등 기존 전력에 김하성 고종욱 임병욱 등 젊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염 감독은 "팀에는 특유의 분위기라는 게 있다. 지난 3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가을야구'를 했는데, 이런 경험이 팀 전력에 녹아든 것 같다. 새로 올라온 선수들도 이런 팀 분위기에서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 염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덕수고 출신의 외야수 임병욱이다. 지난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유격수 김하성처럼 잠재력을 갖고 있는 21세 젊은 선수다. 염 감독은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웬만하면 1군에 두고 계속해서 출전기회를 줄 생각이다. 출전 경험이 쌓여 외야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히어로즈는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단단해지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