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어떤 투수를 쓸 것이냐는 감독의 결정이지만, 결과는 결국 선수가 낸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겨울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하면서 불펜을 보강했다. 다른 포지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던 터. 뒷문만 잘 잠근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19일 부산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롯데는 8회초까지 1-3으로 끌려갔다.
한화 선발 심수창의 포크볼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어쩌다 잡은 찬스에서는 범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8회말 2사후 아두치가 좌중간 2루타를 날린 뒤 최준석의 땅볼을 상대 유격수 강경학이 뒤로 빠트리면서 한 점을 추가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롯데는 9회말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강민호의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몰고 갔고, 결국 정 훈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에 성공했다. 연장 10회말에는 선두 손아섭이 좌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3루타를 날리자 계속된 2사 만루서 강민호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4대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불펜투수들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경기 후 조원우 감독은 "경기를 끝까지 이겨나갈 수 있었던 것은 중간투수들이 제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날 롯데는 선발 린드블럼이 7이닝 동안 4안타 9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친 뒤 필승조를 투입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2로 뒤진 8회초 정대현이 나가 한 점을 내줬지만, 이후 박진형이 추가실점을 막은 뒤 이명우가 9회초를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 10회초에는 윤길현이 불안함 속에서도 점수를 주지 않았고, 결국 10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1~2점차 승부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결국 불펜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조 감독은 이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롯데는 올시즌 들어 역전패가 한 번 밖에 없었다. 또 6회 이후 리드한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를 거뒀다. 불펜투수들이 호투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연장 11회까지 넘어갔다면 마무리 손승락이 등판했을 것이다. 손승락은 이미 10회부터 몸을 풀고 있었다.
이날 현재 롯데는 11홀드, 3세이브를 기록중이다. 홀드 부문서는 10개팀중 1위다. 그만큼 중간 계투진의 활용폭이 커졌고, 결과도 좋아다는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