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부진한 4번 타자를 살리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발 벗고 나섰다.
19일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이 열린 수원구장. 오후 4시께 경기장에 도착한 닉 에반스가 간단히 몸을 풀고 배팅 케이지에 들어 섰다. 외야에서 다른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나홀로 타격 연습을 시작했다. 마운드에는 한용덕 수석코치, 그의 주변에는 박철우 타격 코치, 장원진 타격 코치, 강석천 수비 코치가 있었다. 유필선 차장을 비롯한 전력분석팀도 그의 준비 동작, 히팅 순간을 면밀히 지켜봤다.
에반스는 전날까지 두산 타선의 유일한 약점이다. 1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46타수 8안타, 타율 1할7푼에 타점이 고작 4개다. 무수히 많은 득점권 찬스에서 타석에 섰지만 18타수 1안타 2볼넷, 타율이 5할6리로 처참한 수준이다. 두산은 나머지 선수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 5연승의 신바람을 냈을 뿐, 4번 타자의 공은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경기 전 에반스 얘기만 나오면 특별히 할 말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모든 코치가 그의 '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한용덕 코치가 120㎞ 후반대 직구를 입맛에 맞게 던져줬고, 박철우 코치는 '나이스 배팅'을 연호하며 기를 살려줬다. 그렇게 약 20분간 40개의 공을 때린 에반스. 타구의 질이나 타이밍에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그동안의 부진을 오늘 경기에서 끊고 싶다"고 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부터 타점을 올렸다. 0-0이던 2사 1루에서 타석에 선 그는 kt 선발 밴와트의 바깥쪽 변화구에 거푸 헛스윙을 했지만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끌고가 좌전 안타를 때렸다. 당시 1루 주자 민병헌은 자동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타구가 좌익수 이대형 옆에 떨어지는 순간 이미 2루 베이스를 지났다. 결국 두산 3루 베이스 전형도 코치는 팔을 돌렸고, 민병헌이 홈에서 살며 에반스의 타점이 완성됐다.
하지만 나머지 타석에서는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4회 3루수 땅볼, 6회 3루수 땅볼, 3-2로 앞선 8회 1사 2루에서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무엇보다 마지막 타석이 아쉬웠다.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조무근의 공에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먼 에반스다.
수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