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KBO리그 최고 화제팀은 단연 한화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서 지난달 인기검색어 1위팀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꼽았는데 이는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해외원정도박 스캔들 영향이 컸다. 2위는 한화 이글스였다. 서베이 기간을 4월로 조정하면 한화를 능가할 팀이 없을 것이다. 한화는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고 화제다. 한화 뉴스는 타팀에 비해 2~3배 많다.
한화의 4월은 미국 태생 영국 노벨문학상 시인 TS엘리엇의 '황무지'같다. 시인은 황폐한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오르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황폐함. 한화의 4월도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모든 것이 엉망이다. 팀은 2승11패로 9위 KIA(5승7패)에 3.5게임 뒤진 꼴찌다.
아이러니도 있다. 대전구장 입장관중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경기당 평균관중이 5515명에서 7741명으로 무려 40% 증가했다. 18일 현재 KBO리그 전체관중은 지난해에 비해 23% 증가다. 새구장 효과가 크다. 삼성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으로 관중이 2배 이상인 146% 수직 상승이다. 넥센도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전하면서 관중이 43% 늘었다.
대전구장엔 더 많은 사람이, 더 참담한 경기를 보고 있다. 이미 승패를 초월한 대전팬들의 야구 사랑, 이글스 사랑을 폄하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홈런을 맞을 때의 찬물을 끼얹은듯한 관중석과 홈런을 때렸을 때의 환호성이 같을 순 없다.
한화가 더욱 참담한 것은 지난 3년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올해 화룡점정을 했기 때문이다. FA대어 정우람과 심수창을 영입하고 로저스에게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연봉(190만달러)을 안겼다. 로사리오(연봉 130만달러)는 메이저리그 거포였다. 대단한 전력보강을 했지만 연이은 부상으로 팀은 휘청거리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원칙없는 임기응변식 마운드 운용, 벌칙 피칭, 잦은 선발교체, 조급한 경기 운영 등이 맞물리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해는 달랐다. 김성근 감독은 부임 첫 해 4월 한달 동안 13승11패를 기록했다. 만년꼴찌 한화의 변신에 찬사일변도였다. 그때도 벌떼마운드였는데 이는 독특한 지도력의 일환으로 포장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혹사논란이 부각됐지만 시즌막판까지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김 감독을 향한 비수같은 비난은 마지노선을 넘진 않았다.
올해는 비난 봉인해제다. 원래 김 감독의 야구스타일은 호불호가 강했다. 이제는 반대파가 전면을 휘젓는다. 김 감독의 열정에 대한 찬사는 사라진 지 오래다.
프로구단에서 성적은 모든 잣대를 바꾸는 힘이 있다. A감독은 "나는 김성근 감독님과는 다른 야구를 추구하지만 그분만의 스타일은 존중한다. 수년간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최근 비난여론은 야구를 못했기에 더욱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이기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B감독은 "성적이 좋지않으면 모든 나쁜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올라온다. 모든 팀에는 이런 저런 잡음이 있다. 팀이 잘나갈 때는 이마저도 묻혀진다. 부상선수도 마찬가지다. 팀이 이길때는 약간 아픈선수들도 참고 경기에 나서려 한다. 반대의 경우가 되면 팀이 한순간 기운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까지 여러 지적과 충고, 비판, 비난에도 자신의 야구스타일을 고집스럽게 고수했다. "밖에서는 모르는 안에서만 볼수있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김 감독의 말은 때론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는 안하무인격 아집으로 해석됐다. 이랬던 김 감독이 변화를 선언했다. 권 혁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혹사 논란은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꼴찌 한화. 안타까운 것은 최근 한화 덕아웃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있다는 점이다. 야구에서 기적은 덕아웃이 시발점이다. 그들의 얼굴표정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전망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