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의 올 봄은 유난히 잔인하다.
전남은 K리그 클래식 12개 팀이 차례로 부딪히는 11번의 매치업이 첫 번째 반환점을 돈 6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함께 유이한 '무승' 팀이다.
6라운드까지 3무3패. 승점 3점에 불과하다. 상위팀과 승점 격차가 10점 넘게 벌어진 것은 물론, 나아가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노상래 전남 감독의 시름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매 경기마다 전술 변화를 시도하며 1승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먹혀들지 않았다.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팀 분위기는 더 침체됐다.
노 감독은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수원FC와의 개막전(0대0 무)을 시작으로 수원 삼성(2대2 무)-울산 현대(1대2 패)-FC서울(1대2 패)-성남FC(0대0 무)로 이어지는 시즌 초반 경기를 살펴보면, 전남은 강팀일수록 강하게 맞붙는 저력을 보였다. 실점 뒤에는 곧장 만회골로 따라붙었고, 패배한 경기에서도 득실차(1골)가 크지 않았다. 전력차가 큰 서울과의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을 허용하기 전까지 1-1로 균형을 이루며 선전했던 전남이다.
문제는 경기 흐름을 전남 쪽으로 가져오는 한끗의 부족이다. 1℃가 모자라 끓지 않고 있는 99℃짜리 물. 현재 전남의 상황이 그렇다. 부족한 1℃는 스트라이커들이 채워야 할 몫이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건 결국 골이기 때문이다.
전남의 부진은 득점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6라운드까지 5골에 불과하다. 울산-수원FC와 함께 가장 적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선 간판 공격수 스테보가 살아나야 한다. 지난해까지 2년간 전남에서 25골-7도움을 기록한 스테보는 올 시즌에는 6라운드까지 무득점이다. 어시스트도 없다. 스테보와 함께 전남의 양 날개였던 이종호가 전북으로 떠난 뒤로 스테보가 공격의 활로를 열지 못하고 헤매는 분위기다.
스테보가 살아나야 동유럽 3총사의 위력도 배가될 수 있다. 17일 광주FC와의 6라운드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오르샤는 2골-2도움을 기록 중이고, 유고비치도 1골-1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력을 높여가고 있다. 개막전 이후 5경기 만에 광주전에 동시 선발 출전한 동유럽 3총사의 호흡에선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날 노 감독도 "지난 겨울에 세 선수를 조합한 훈련을 많이 했다"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스테보는 후반 추가시간에 주어진 페널티킥마저 실축했다. 두고두고 뼈아픈 장면이다. 스테보가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라지만, 지금 전남에겐 충분한 여유가 없다.
노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을 덜어야 경기도 풀릴 텐데 현실적인 상황상 쉽지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매 경기마다 "당당하게 부딪히자"고 격려하고, 패배한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다독인다. 광주전에서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한 것도 이런 마음의 발로였다.
노 감독은 광주전에서 퇴장 당하며 향후 2경기에서 벤치에 앉지 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선수단을 각성시켜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노 감독의 부재. 기로에 선 전남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