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내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어요."
제주는 1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이겼다. 극적인 승리였다. 경기 종료 2분 전 이광선(27)의 결승골로 소중한 원정 승점을 챙겼다. 동시에 제주는 11골을 기록, 서울(14골)에 이어 6라운드까지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팀이 됐다. 경기당 평균 2골에 근접하는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광선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존재감이 상당하다. 이광선은 울산전 골을 포함해 K리그 6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팀 내 최다득점자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이광선의 포지션이 중앙수비수라는 점이다.
수트라이커. 수비수와 스트라이커의 합성어다. 골을 많이 넣는 수비수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광선에게 딱 맞는 단어다. 이광선은 "골을 많이 넣어서 수트라이커라고 불리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미소 짓지만은 않았다. 이광선은 "우리 공격수들이 위에서 잘 해주기 때문에 공격가담시 힘을 받는 부분이 있다. 내가 잘 넣었다기 보다는 운이 좋았다"면서 "일단 수비수가 팀 내 최다득점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꼭 좋은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다양한 득점 루트 창출을 강조한다. 이광선의 골은 그런 점에서 팀에 호재다. 그럼에도 이광선이 기쁨을 마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물론 최근 수비수의 공격가담이 중요한 전술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본 임무는 골보다는 역시 수비다. 골은 공격수들이 넣을 때 더욱 빛나고 나는 수비수로서 상대 공격을 막을 때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광선은 올해 27세다.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K리그 새내기다. 그간 일본 J리그 빗셀 고베,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활약하다가 올 겨울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이광선은 "2012년 빗셀 고베에 입단했다. 1~2년 동안 힘들었다. 자동차 면허가 없어서 자전거로 이동했다. 말도 안 통해서 소통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일본 선수들이 노력을 많이 해줬지만 소외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역시 고국 땅이 좋았다. 이광선은 "동료들이 내게 '육지에 있다가 와서 힘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해외생활을 해서인지 더 편하다.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너무 좋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K리그와 J리그의 차이점을 들기 시작했다. 이광선은 "일본은 선수들이 저돌적이지 않다. 지역적으로 수비를 잘 하면 간단히 막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K리그는 저돌적이고 돌파가 좋은 선수들이 많다. 막기 힘든 측면이 있다. 조금 더 적응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광선은 "앞으로도 내가 게임을 많이 뛸지 모르겠지만 경기에 나선다면 이광선이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