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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 경기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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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올림픽은 축구가 가장 뜨겁게 주목을 받는 무대다.

월드컵의 최대 환희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기적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새로운 희망이 샘솟았다. 올림픽 신화의 무대는 4년 전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이었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시상대에 섰다. 동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축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월드컵과 올림픽이 함께 호흡하는 2016년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 두 팀이 싸워야 할 운명의 상대가 나란히 결정됐다. 화요일(12일)에는 슈틸리케호, 목요일(14일)에는 신태용호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슈틸리케호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어떻게든 넘어야 할 벽이다. 대한민국은 이란-우즈베키스탄-중국-카타르-시리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호는 2016년 리우올림픽의 조별리그 대진이 확정됐다. 멕시코-피지-독일과 함께 C조에 포진했다. 신태용 감독은 "조편성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피하고 최약체로 꼽히는 피지와 한 조에 속한 것만으로 최상의 조라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결전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다. 1년 여정인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은 9월 1일 시작된다. 리우올림픽은 단기전이다. 올림픽대표팀은 8월 5일 피지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슈틸리케호는 '악연'인 이란을 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신태용호는 피지는 무조건 잡아야 하고, 독일과의 2차전이 8강 진출의 분수령이다.

경기는 이미 시작됐다. A대표팀이나 올림픽대표팀이나 상대 분석은 기본이다.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도 필수다. 하지만 이 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철저한 내부 분석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현재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는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흔들리는 유럽파의 입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사실상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급기야 "6개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선발하는 것은 힘들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종예선이 시작되는 9월에는 여러모로 혼돈의 시기다. 유럽파는 새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 설상가상 주장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경우 6월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또 설 자리를 잃은 몇몇 유럽파는 변화의 계절이다.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물색해야 한다. 신태용호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손흥민(토트넘)도 물리적으로 최종예선 첫 출발을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은 서둘러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 감독도 마찬가지다. 심상민(서울) 이슬찬(전남) 등 주전 좌우 풀백이 여전히 소속팀 경기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다.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손흥민에 이어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을 1차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장현수도 슈틸리케호에선 오른쪽 풀백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전문 풀백 자원이 아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플랜 B와 C 등 다각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나 신 감독이나 때론 과감한 용병술도 필요하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관심도가 높은 만큼 스타플레이어의 산실이다. 한-일월드컵 최고의 선물은 역시 박지성(은퇴)이었다. 남아공월드컵은 '쌍용'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이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런던올림픽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을 비롯한 '홍명보 아이들'이 전면에 부상했다.

역동성이 넘치는 팀은 쉼표없는 변화에서 시작된다. 한국 축구도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 아닐 수도 있다. 이름값에 얽매이긴 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앞세운 혜안이 수반됐으면 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올림픽 2회 대회 연속 메달, 그 고지를 향해서는 한 치의 오차없는 내부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