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15일, 대한태권도협회가 3월29일 의결한 징계 감경조치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번 징계 감경조치가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위반으로 효력이 없음을 대한태권도협회에 통보하고, 이 사안을 조속히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재심하도록 요구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2009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선수들에게 지급된 장학금과 훈련비, 각종 기부금 등 약 3억5300만원을 개인계좌에서 관리하면서 이 중 약 1억6400만원을 유흥비와 식사비, 접대비 등으로 사용한 모 대학 감독과 접대를 받은 심판 등에 대해 2016년 1월11일, 제명(감독)과 자격정지 1년(심판) 등의 징계를 결정한 바있다. 그러나 협회는 3월29일에 징계의 수위를 자격정지 3년(감독)과 견책(심판) 등으로 대폭 감경했다.
하지만 이 징계 감경결정은 3월21일 대한체육회 출범과 동시에 시행된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에 위반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과거 구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피징계자는 종목단체 법제상벌위원회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다시 한번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자체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재심의가 가능했다. 하지만 새로운 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각 종목단체의 공정위원회(구 법제상벌위원회) 결정은 1회에 한하며 만약 이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에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따라서 과거 체육단체 징계의 경우에는 종목단체 내 최대 2심(이의가 있는 경우)과 대한체육회 1심을 포함해 최대 3심제였으나 현행 규정에서는 종목단체 1회,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 1회(이의가 있는 경우) 등 총 2회에 한정된다. 이는 과거 각 종목단체가 1심 법제상벌위원회에서 강한 징계를 하고 일단 여론의 비난을 피해간 후 2차 재심사에서 슬그머니 징계를 완화해주던 관행을 타파하고자 통합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규정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대한태권도협회에 "지난 3월29일 의결한 징계는 효력이 없으며, 1월11일에 결정된 제명(감독)과 자격정지 1년(심판) 징계의 효력은 확정된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징계혐의자에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재심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관련 자료 일체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결국 현행 규정에 따르면 태권도협회의 징계결정은 지난 1월의 구 법제상벌위원회 결정만이 효력을 가지며 3월29일의 태권도협회 내 2차 재심사는 규정 위반으로 효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도 이와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관련 재심 등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다른 종목단체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도록 요청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