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18일 자체브랜드(BP)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내놓았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피해 보상이 필요한 이들의 선정 기준과 피해 보상 기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며,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피해보상을 위해 100억원 가량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마트의 피해보상안 발표를 두고 '진정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미 2011년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음에도, 5년 넘게 침묵하다가 관련 임직원들의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사과와 보상을 언급하는 것은 '면피용'일 뿐이라는 게 골자다.
기자회견장을 방문한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대표는 "정상적인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정부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밝혔을 때 피해자들 앞에 사과했어야 했다"며 "5년이 지나 검찰에서 관련자를 소환하겠다고 나오니까 이제서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롯데마트가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두고 사과한 것은,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검찰에 사과한 것"이라며 "피해 조사도 검찰에 미루지 말고 롯데마트가 직접 신고 센터를 만들어 피해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다 중단한 바 있다. 해당 원료는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을 포함한 수 백명이 잇따라 사망한 뒤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지커 '옥시싹싹' 제품의 성분과 같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사과를 계기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와 PB상품 제조·유통사인 홈플러스도 사과 등 수습방안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