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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잃어버린 포항? 최진철의 이유있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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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위기에 빠졌다.

포항은 16일 상주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최진철 감독의 말대로 "잘 이루어졌던 부분이 하나도 없던 완벽한 패배"였다. 4경기(2무2패) 동안 승리하지 못하며 9위로 추락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포함하면 5경기 무승(2무3패)이다. 초반 순항했던 ACL에서도 시드니전 2연패로 16강 진출이 쉽지 않아졌다.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이다. '스틸타카'로 불렸던 패싱게임이 실종됐다. 매경기 잦은 패스미스로 자멸하고 있다. 상주전에서도 공격진영에서 3차례 이상 패스가 연결된 순간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포항 패싱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손준호가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사실상 시즌 아웃된 상황이다. 반전의 카드가 많지 않다. 팬들도 포항의 경기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포항은 과도기다. 최 감독이 강조하는 '창의적인 축구'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스틸타카의 근간은 패턴 플레이였다. 선수들은 순간적인 판단 보다는 정해진 동선에 따라 움직였다. 최 감독은 김승대(옌벤) 신진호 조찬호(이상 서울) 고무열(전북) 김태수(인천) 등 스틸타카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자 변화를 꾀했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라는 중책까지 맡은 최 감독은 선수들이 직접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축구를 택했다. 심동운 문창진 이광혁 등 개인기가 좋은 2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2선 자원들은 제 몫을 했다. 심동운은 팀내 최고 득점자로 떠올랐고, 문창진 정원진 등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2선까지 볼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볼을 주고, 볼을 받는 움직임이 모두 나빴기 때문이다. 패턴에 익숙하던 선수들이 스스로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중앙에서 길을 열어주던 손준호와 황지수가 있을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약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손준호의 시즌아웃, 황지수의 체력저하가 두드러지며 경기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가뜩이나 올 시즌 포항은 중원이 엷다. 조수철은 5월까지 출전이 불가능하고, 김동현 박준희는 경험이 부족하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포항 선수들이 기본기가 탄탄한만큼 적응을 마칠 경우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최 감독도 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진에 그냥 손을 놓고만 있을수는 없다. 포항은 당장 19일 ACL 16강의 분수령인 광저우 헝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24일에는 부진 중인 '제철가형제' 전남과 만난다. 전남전에도 승리하지 못할 경우 3위까지 주어지는 ACL 진출권과 격차가 너무 벌어지게 된다. 모두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경기다. 최 감독은 스타일 변화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 감독은 미팅을 통해 선수들의 의중을 들을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