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기를 보신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더라구요."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의 활약에 자연스레 미소를 짓는 넥센 히어로즈 관계자들이 많다. 넥센의 염경엽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재임시절 강정호와 박병호가 커리어 하이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지금은 메이저리거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홈런 타자 2명이 빠졌으니 팀을 생각하는 감독으로선 아플 수밖에 없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제자의 모습을 보면 뿌듯해진다.
박병호가 터뜨린 초대형 홈런을 역시 봤다고 했다. 박병호는 1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전에서 8회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41m짜리 홈런을 날렸다. 역대 타깃필드 최장거리 홈런 2위 기록이자 올시즌 최장거리 홈런 2위 기록.
염 감독은 "그 홈런이 목동구장에서 나왔다면 아마 목동구장 전광판을 넘겼을 것 같다"며 웃었다.
염 감독은 "작년 강정호 경기를 볼 때도 그랬는데 박병호 경기를 볼 때도 조마조마하다"면서 "특히 찬스 때 타석에 서면 마치 아들 경기를 보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보게 된다. 아버지께서 내 경기를 보실 때의 심정을 알것 같다"라고 했다.
전날 연패를 끊는 결승 2루타를 친 장면 역시 긴장속에 지켜봤다고. 염 감독은 박병호 특유의 타격 모습을 보여주면서 "몸쪽으로 말려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잘 받아쳤다"고 박병호를 칭찬.
박병호의 타구를 TV화면에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게 아쉬웠는데 염 감독은 "한국에서도 그런 홈런을 많이 쳤다"라며 웃었다.
"많은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 카메라맨이 못잡을 정도의 타구를 쳤다는 것 아닌가"라며 "카메라맨들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홈런 타구가 많이 떨어지는 지점을 넓게 잡아놓는다. 이번에도 박병호의 타구가 그정도로 올 줄 알고 잡고 있었지만 그 위로 넘어갔으니 보이질 않았다"라고 했다.
박병호가 홈런을 날린 17일. 강정호 박병호 등 홈런타자들이 빠지면서 '달리는 야구'를 표방한 넥센은 이날 KIA전서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2점을 뽑아 2대1의 승리를 거뒀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